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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가톨릭여성연합회 회원들이 원어민 강사와 즐겁게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
“여러분은 낸시 같은 책임감 있는 딸이 좋으세요? 아니면 올리비아처럼 독립적인 딸이 좋은가요? 제가 만약 엄마를 돌보기 위해 같이 살자고 하면, 엄마가 ‘너희 집으로 가라’며 거절하실 거예요.”
“한국에서는 다 큰 자식을 데리고 함께 사는 엄마들이 많아요. 저는 많이 봤습니다.”(한국인 학생)
11일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 5층. 영국인 강사 마이크 신스씨가 학생들에게 질문하자, 공감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서울대교구 가톨릭여성연합회(회장 박현선, 담당 조성풍 신부) 회원들로, 원어민 영어회화반 고급반 학생들이다. 60~70대 15명으로 구성된 학생들이 로자문드 필처가 쓴 소설 「조개 줍는 아이들」 (The Shell Seekers)를 원서로 읽고 있다. 한 여성이 엄마로서 살아낸 세월과 함께 그의 강인한 독립심을 그린 소설이어서 그런지 학생들이 깊게 빠져든다.
가톨릭여성연합회가 영어회화반을 개설한 건 1986년, 88올림픽 대회를 앞두고서다. 당시 가톨릭여성연합회는 올림픽조직위원회에 봉사를 신청했고 봉사활동을 위해 영어회화반을 꾸렸다.
여성연합회는 영어회화반을 통해 안내 및 통역 봉사자를 양성했고, 회원들은 1989년 서울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비롯한 가톨릭교회의 굵직한 국제행사에서 봉사자로 활약했다. 2008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 아시아ㆍ태평양 총회에서 가톨릭 여성으로서 몫을 톡톡히 했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시에는 외교 사절단의 조문을 도왔다.
이들의 영어 실력은 수준급이다. 2010년부터는 외국 소설을 원서로 읽고 있다. 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학생들은 외국에서 살다 온 이들을 비롯해 본당에서 구역장으로 봉사하거나 수필가, 서예가로 활동하는 등 직종이 다양하다.
30년 넘게 영어회화반이 운영되면서 많은 외국인 강사들이 거쳐 갔다. 메리놀회 선교사를 비롯해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등 많은 이들이 강사를 지냈다. 1개 반으로 시작한 영어회화반은 현재 초ㆍ중ㆍ고급반으로 나뉘어 총 12개 반이 운영 중이다. 일반 어학원보다 수강료가 저렴하다. 외국어 공부가 치매 예방에 좋다는 이야기에 공부에 손을 떼지 않고 있는 이들도 많다. 빠지는 학생이 있어야 수강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영어회화반에서 86년부터 공부해온 가톨릭여성연합회 이사 이근자(로사, 79)씨는 “같은 가톨릭 신앙을 가진 회원들과 함께 영어 공부도 하고 신앙을 나누면서 삶에 큰 활력을 느꼈다”면서 “더불어 봉사도 할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말했다. 원어민 영어회화반 문의 : 02-778-7543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