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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돋보기] 쓰레기도 미워하지 마라

이학주(요한 크리소스토모, 보도제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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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릉 병마용 지하갱처럼 아주 넓고 깊게 파인 구덩이 안에 쓰레기봉투가 산더미처럼 수북하게 쌓여 있다. 곧이어 천장에서 거대한 크레인이 내려와 쓰레기를 덥썩 집은 뒤 격렬하게 흔들어 댄다. 찢어진 비닐봉지들이 크레인 집게 틈으로 비 내리듯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태우기 편하게 잘게 찢긴 봉지들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섭씨 1100℃가 넘는 화염 속으로 향한다.

8일, 주교회의가 매년 실시하는 주교현장체험을 동행 취재하고자 서울 노원 자원회수시설을 방문해 목격한 장면이다. 자원회수시설은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을 소각해 대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시설이다. 폐기물을 고열로 소각하면 폐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자원회수시설은 이 폐열을 증기로 회수해 주변 지역의 난방이나 전력 공급에 활용한다. 자원회수시설은 바로 ‘폐기물이 자원이 되는 곳’이다.

노원 자원회수시설에는 서울 동북권 6개 자치구 주민 250만 명이 버리는 쓰레기들이 모인다. 이들이 배출하는 쓰레기 양은 하루에 500톤이 넘는다. 단순히 셈해보면 한 사람당 매일 최소한 2kg 이상의 생활 쓰레기를 만들어낸 셈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쓰고, 쉽게 버린다.

자원회수시설에서는 흉물스럽던 쓰레기들이 불구덩이를 지나 증기로 부활한다. 우리에게 미움만 받던 쓰레기들이 또다시 제 한 몸 불살라 우리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공급해준 것이다. 쓰레기들의 눈물겨운 헌신을 바라보니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는 히포의 성 아우구스티노의 명언에 한 마디 추가하고 싶어진다. “앞으로는 쓰레기도 미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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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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