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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울타리 하나라도 제대로 서 있었다면

이지혜 보나(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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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아팠다.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다. 빨리 취재수첩을 덮어버리고 잊고 싶었다.

아빠는 온데간데없고, 엄마와 아기만 남은 가정. 심지어 아빠는 자신이 아빠임을 증명하라고 소리치는 상황까지…. 가장 연약한 두 생명은 가족의 비난, 사회의 차별을 온몸으로 맞으며 서로의 온기로 버텨내고 있었다. 아기를 통해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엄마가 됐다.

미혼모는 사랑이 자리 잡지 못한 가정이 해체되면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다. 부부싸움으로 고성이 오가고, 아빠가 엄마에게 폭언과 폭력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가출하지 않을 청소년은 많지 않다.

“나라도 그런 가정에서는 뛰쳐나왔을 거예요.” 용인의 한 미혼모시설장 수녀는 말했다. 또 한 수녀는 한 가정에서 일어난 심각한 가정폭력 이야기를 듣고 화장실에서 샤워기를 틀어 놓은 채 울었다고 했다. 같이 울었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가정이 쉴 만한 곳이 아니었던 아이들. 그 어떤 곳보다 오히려 더 차갑고 무서웠던 이곳을 아이들은 살기 위해 뛰쳐나갔다.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민들레 씨앗 같아서 어느 따뜻하고 고른 땅 위에 내려앉았다. 그곳이 트럭이 무섭게 내달리는 고속도로의 갓길인 줄도 모른 채. 그곳에서 생명이 움텄다.

미혼모 문제는 복합적이다. 가정이 불우하지 않았더라면, 친정엄마가 받아주었더라면, 남자친구가 떠나지 않았더라면…. 하나의 울타리만이라도 제대로 서 있었다면 아이와 엄마는 조금 더 따뜻한 세상에서 살고, 새 생명에게 따뜻한 가정을 물려줄 수 있다.

미혼모들을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관리 못 한 철없는 애들’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법조차 배우지 못했다. 진정한 사랑을 알아볼 마음의 눈이 없다. 그런데 자신이 낳은 생명을 진정으로 사랑해보겠다고 양육을 결심했다. 한 시대를 같은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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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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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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