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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새로운 복음화’ 꽃피우고 열매 맺기를 / 김민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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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현상은 기존의 공동체 기능을 마비시키고 해체시키면서 새로운 공동체를 부상시킨다.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공동체는 ‘태생적인 관계,’ 이미 ‘주어진 관계’로써 서로 끈끈한 정을 바탕으로 인맥을 이루어왔다. 나와 성향이나 가치관이 맞지 않아도 오랜 시간 함께 의무적으로 보내야 하는 관계 공동체는 가족이나 친척을 비롯하여 동창회, 동문회, 향우회, 사우회 등이다. 이런 모임들은 항상 책임과 의무가 있어 부담스럽고 집단적 성격을 띤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인주의가 성행하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공동체에 속하기를 거부하고, 전통적인 친구들보다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려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서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이지 않고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소중한 친구라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친구(인친), 트위터 친구(트친), 페이스북 친구(페친), 실제적인 친구(실친) 등이 점점 늘어나면서 공통된 취향과 관심을 중심으로 자발적이며 선택적으로 모임이 이루어지는 ‘느슨한 연대’가 앞으로 대세가 되어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교회 안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본당마다 소공동체 모임인 반모임이나 구역모임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는 있지만, 속지주의를 따르는 이 같은 전통적인 공동체에 소속되고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 시대는 ‘이동의 시대’이기 때문에 지방이나 해외로 수시로 다니는 ‘뉴노마드족’이 많아져 고정적인 참여가 힘들게 되고, 두 번째 이유는 소비문화와 같은 선택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받아 모임이나 공동체를 자기 취향이나 관심에 따라 선택적으로 취하려는 경향 때문에 주어지는 의무적 소속이나 참여가 생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교회 구성원의 초고령화로 인해 본당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일사분란하고, 획일적이며, 언제든지 동원 가능한 교회 공동체로의 회귀는 어려울 것이다. 단적인 예로, 새로운 구역장, 반장을 뽑는 일이 너무나 힘들다. 본당 소공동체 모임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참여 인원이 점점 줄어들고, 구역장이나 반장을 맡을 사람이 별로 없다. 사실, 어느 모임보다도 모든 신자들에게 가장 우선적이고 기본적인 모임이라 할 수 있는 소공동체 모임이 잘 되어야 본당 공동체도 활성화됨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내년 봄에 본당 소공동체 모임의 진단 및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본당 전신자, 전체 구역이 참여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하려고 계획 중이다. 먼저 본당 소공동체 모임에 대한 평가를 위해 전 신자를 대상으로 통계조사를 하고, 그 조사자료를 기반으로 토론을 하여 본당의 특수성을 감안한 기존 소공동체 모임의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대안이 나온다면 그것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이 따르게 되고, 그에 따른 프로그램 계발과 적응이 이루어질 것이다.

취향이나 관심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공동체 모임도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하겠다. 본당에는 여러 분야의 동호회가 상당히 많다. 산악회, 성지순례단,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엠마오, 미술, 음악, 춤 등의 예술 분야 동호회, 영어성경, 수필, 영어기도 동호회 등 새롭고 다양한 소공동체 모임이 있다. 이러한 새로운 소공동체 모임들이 지속적으로 운영되도록 본당 차원에서 관리와 지원이 조직적으로 잘 이루어져야 한다. 신자들은 새로운 소공동체 모임들에 관심을 갖고 느슨한 연대를 이루고자 한다. 또한 신자들에게 문화적 접근으로 본당에서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사목을 계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본당에 작은 도서관이나 북카페라는 문화공간을 확보하여 설립한다면 신자들 중에 자원봉사자들로 나서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구역장이나 반장을 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작은 도서관 봉사자는 기대 이상으로 많다. 관심이나 취향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내년에는 본당에서 ‘독서모임’을 많이 만들어 신자들이 독서공동체로 소속되어 영적 독서와 서로 간의 친교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고 재정적인 지원과 봉사자 양성을 하려 한다. 서울대교구가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를 주창해온지 여러 해가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본당 공동체에서 새로운 표현, 새로운 방법, 새로운 열정으로 ‘새로운 복음화’를 꽃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민수 신부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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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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