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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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우리에게 세계 개발이란 무슨 의미인가(설지인, 마리아 막달레나, 개발금융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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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세계화 업무를 담당하거나, 외국에서 한국과 다른 나라의 접점에서 한국을 볼 때면 간혹 우리의 19세기 상황이 떠오른다. 그때만큼이나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대외 환경이 늘 변하는 와중에 한국은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에 관하여 국민과 사회 각계 모두가 이루는 큰 합일이 없어 보인다.

한국의 크고 작은 개발 협력 정책ㆍ사업들과 마주칠 때마다 자주 이러한 국가상의 부재가 느껴진다. 한국이 세계 속에서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그림이 없으니 국제 협력 사업에도 전략이 없다. 담당 조직과 의사 결정자들의 사고방식도 개도국을 상대로 하는 구호ㆍ원조ㆍ복지 사업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국제 개발을 개도국 시장 확보와 수출 판로 수단으로 이해하는 1960년대식 보수주의 시각이나, 주요 양자 외교를 대체할 대외 관계 수단으로 보는 1980년대식 진보주의 시각 모두 현재 세계 개발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다가올 새 시대의 세계 개발을 이끌기에도 역부족이다.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한국 개발협력사업 실행 구조는 현재 설정해 놓은 제한된 목표마저 달성하기 어려운 운영 방식을 지니고 있다. 개발 자금 운용과 개발 사업이 효과를 내기 위해 ‘규모’의 달성은 필수적이다. 또한, 중복을 피하고 추가적인 가치를 더하는 ‘상보성’의 원리도 사업 성공의 핵심 조건이다. 그런데 우리 대외 원조 기관의 구조와 집행 방식은 이와 정확히 반대로 되어 있다. 담당 기관과 사업 운영이 심하게 분절되어 있고, 집행 기관과 전문가들 간 사업 기획ㆍ실행에서 상보성의 문제는 주요 사항이 아니다.

일례로, 예산 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마저 수행 기관이 쪼개져 지원ㆍ실행ㆍ보고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처·기관을 거치는 경우가 있다. 한국인이기에 복잡한 과정을 헤쳐나간다더라도, 이런 구조하에 국제기구나 개도국 측에서 어떻게 한국과 형식적인 담화 이외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인가? 복잡한 선발 절차를 거쳐 국내에서 선정한 한국 신탁기금 사업이 사실상 실행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개도국의 복잡한 현지 상황과 다양한 개발 분야를 제대로 이해ㆍ심사ㆍ평가할 역량이 국내에 부족하고, ‘절차’를 통과한 지원서가 선정되는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한국이 어떻게 잘 섬길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고, 세계 개발 영역에서 한국이 가장 혁신적이고 강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과 방식을 발굴ㆍ실행할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집행 조직 구조는 더욱 통합되고 단순화되어 정보ㆍ지식ㆍ노하우가 폭발적으로 교류ㆍ공유될 수 있는 형태일 것이다.

‘한때 원조받던 나라에서 이제 주는 나라’라는 민족주의적 자긍심이 담긴 모토를 사용한 지 20년이 되어간다. 이거 그만하자. 한국의 언어를 외치는 우물 밖으로 나와 세계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 관련하여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영감을 주는 인물이다. 그는 평생 폴란드 전통과 문화를 뿌리 끝까지 사랑하면서 동시에 보편 교회의 수장으로서 첫날부터 새 집무실에서 안방처럼 편하고 자연스럽게 일했다. 한국에 개발 협력은 원조 차원이 아닌, 한국이 얼마나 내적으로 커지고 자신에게 깊어지느냐의 문제로, 결국 국가상을 재정립하는 작업과 같은 문제이다. 이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우리는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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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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