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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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교회 안의 성역할 고정관념 / 김민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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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신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미사 복사에 대한 내 생각을 피력하였다. “여자 복사들은 초등학생 때까지 해야 하고, 중학교에 들어가면 그만 두도록 해야 한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신자가 “그것은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닌가요?”하는 반문에 얼른 내가 했던 말을 거두었다. 매우 민감한 말을 생각 없이 던졌던 결과였다. 그동안 본당에서 사목자로서 형제나 자매들을 되도록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해왔다고 자부했던 내가 그런 말을 하다니 나 자신도 놀랐다.


나는 교회 안에 남녀평등을 주장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해왔다. 이전 본당에 부임했을 당시에 복사들이 모두 남자 아이들로만 구성된 것을 알고는 여자 아이들도 복사를 할 수 있도록 체제를 개편하였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성목요일 최후만찬 미사 중에 거행되는 세족례에 참여할 12명의 신자를 전례부에서 미리 준비했는데, 모두 남자로만 뽑았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모두 남성이었다는 근거를 토대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행이었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까지도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니…. 나는 즉시 남녀 비율을 맞추어 새롭게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이후로 매년 최후만찬 미사에서 남자와 여자가 같이 제단에 올라와 의자에 앉아 자연스럽게 세족례에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성역할 고정관념은 교회 안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어서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예를 들어, 본당에는 사목회장을 비롯하여 사목회 분과장들은 대체로 남성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사목회장은 거의 남성위주로 되어 있다. 그만큼 본당 사목정책을 논하고 결정하는 곳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무의식이나 가부장적인 과거지향적 사고방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여성이 사목회장을 하는 본당이 있다면 ‘여성’ 사목회장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삼가야 할 일이다. 여성을 사목회장 앞에 붙이는 것조차 성차별에 해당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교회 안의 성차별이 이미 오래 전부터 고질적인 문제로 이어져왔던 이유는 성차별주의에 대해 민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사회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아예 귀를 막아버리고 있지 않는지 자문해야 한다. 더군다나 요즘은 미투 운동이 사회에 확산되어 있고, 여성혐오 범죄가 만연되고 있어서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면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쇠퇴되는 집단이 될 것이다. 교회가 세상을 복음화하려면 먼저 자기 복음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기 복음화는 자기 쇄신이고 자기 변화를 의미한다.

사회적으로는 성차별주의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1호’는 ‘색깔 성차별’에 관한 것이다. 어느 시민단체가 제출한 진정은, 색깔 등에 따라 여아용과 남아용 제품을 구분하는 것이 영·유·아동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성차별적인 제품의 유통 행태를 시정해달라는 것이다. 분홍색 제품은 여아용, 파란색 제품은 남아용으로 소개하는 등 성별 따라 제품을 구분하는 것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요하는 인권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이, 사회는 일상 안에 뿌리 내려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성차별까지도 예리하게 지적하고 그것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해외여행을 쉽게 하는 이 시대에, 누구든지 외국에 나가서 성당을 찾아가 주일미사를 참례할 때 한국교회와 비교하게 될 것이다. 여러 차이점이 있겠지만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영성체 할 때이다. 성찬 봉사자들이 주례 사제를 도와 성체를 분배하는 것은 한국교회와 동일한데, 그들 중에는 남성도 있고 여성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질적인 느낌을 받는다. 한국교회에서는 여성을 성찬 봉사자의 역할에서 제외시켜 오로지 남성만 하게 되어 있다. 성찬 봉사자 교육이 있는 장소에 가면 남성들만 잔뜩 모여 있다. 누군가 외국에서 주일미사에 참여하여 여성 성체 분배자에게 성체를 받아 모신 신자라면 다음의 질문을 던질 만도 할 것이다.

“왜 한국교회는 성찬 봉사자를 남성만 허락하나요?”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민수 신부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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