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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자석] 제주 인권 평화 기행 워크숍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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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인권평화재단이 주최한 ‘청소년모의인권이사회’에 참여해 인권 문제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청소년인권이사에 뽑혀 지난해 12월 26~28일 제주 인권 평화 기행 워크숍에 참가했다.

제주에서의 첫 날, 짙은 안개를 뚫고 4·3평화공원에 도착했다. 4·3사건에 대해 제주도민인 기사님께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2018년에도 수학여행으로 이 곳을 방문했지만 겨우 전시물 몇 가지만 본 것이 전부였다. 4·3사건은 많은 사람이 희생된, 일제와 관련된 일이라는 것만 알았지 그 이외의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번 기회에 4·3사건에 대해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알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입구 가까이에 있던 흰 비석이었다. 비석에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이유는, 여전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고 있기에 4·3사건에 대한 정의를 지금 당장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4·3사건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여전히 제주도에서만 관심을 가지는 사건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팠고, 제주도에서만 논의될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 사건에 대해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정의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건물 외부에 있는 조형물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를 안고 있는 20대 여성, 어머니가 총에 맞아 죽고 아이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동사한 모양을 묘사한 뒤 그 주위를 자장가 가사로 둘러 놨는데, 당시의 참담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말대로 4·3사건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착잡한 심정으로 4·3평화공원에서 나와 밥을 먹고 숙소인 강정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 도착했다. 사실 제주도에서의 2박3일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의자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들기며 인권을 운운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둘째 날은 강정마을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 강정마을 현장은 생존을 위한 투쟁의 장이었다. 그 투쟁의 아픔과 무게감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오랜 투쟁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싸우고 있었다. 해군기지 앞에서 100배하는 모습을 보며, 또 직접 해 보며, 평화를 위한 미사를 하며 깃발을 흔들며 스피커를 틀고 인간 띠 잇기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무언가 중요한 가치를 잊고 지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연대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문득 생각이 많아졌다. 마을 사람들의 연대에 놀랐고 열정에 놀랐다. 워크숍은 나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고,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평생 배우지 못했을 것들을 배웠다. 무엇보다 멋지고 생각도 깊은 우리 청소년인권이사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다.


강민지(광주광역시 명진고등학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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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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