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험한 자동차는 어떤 것일까?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다.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졌을 때나 언덕을 내려갈 때 브레이크가 고장이 났다면 엄청난 사고가 발생할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는 인생은 위험하다. 암환자 중에는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인생의 뒤를 돌아보기 위해 잠깐 멈추어야 한다. 멈추어야 비로소 주변이 보이고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예수님은 “너희는 따로 외딴곳에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하고 말씀하신다. 그분은 우리에게 쉼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일깨워주신다.
전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트의 다음과 같은 말이 기억난다.
“컴퓨터를 끈다. 휴대전화도 끈다. 그러면 주위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우리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경고음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되고 너무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 SNS, 게임을 시도 때도 없이 하다보면 해야 할 일도 지나치기도 하고 시간을 낭비하기 일쑤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스마트폰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반면, 바로 옆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분리된 관계, 소외된 인간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함께 있어도 직접적인 소통이나 나눔이 없고 공감과 감성이 결여될 때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 되고 비인간화라는 불행과 비극의 결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이 심화되는 때에 스마트폰은 우리 삶에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자연인이라도 멀리 떨어진 가족과의 연결을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이제 스마트폰은 내 인생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어 있다.(왜냐하면 그 안에 나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다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스마트폰을 과의존이 아닌 지혜롭고 현명하게 사용할 때 독이 아닌 약이 되어 유익함을 얻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2019년 말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성가정 축일’에 식사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가족과 다시 소통하기를 촉구한 바 있다. “여러분들이 가족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아니면 휴대전화로 채팅을 하느라 식사 시간을 미사 때처럼 침묵이 감도는 식탁에 있는지 자문해야 합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평협)는 한국평협과 함께 올해 사순 시기를 기해서 ‘천주교 스마트쉼 문화운동본부’와 연계하여 스마트쉼ㆍ감사 나눔을 실천하는 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교회도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바로 ‘문화의 복음화’임을 인식하고 시기적절하게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에 매우 반갑고 고맙게 생각한다. 교황님이 성가정을 이루는데 가족 간의 직접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서울대교구 평협 회장은 스마트쉼 문화운동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을 잠시 쉬고 성가정을 본받아 가족과 대화하고 서로 사랑하며, 이웃을 배려하고 하느님을 찬양했으면 좋겠다.”
스마트쉼 문화운동은 스마트폰 자체의 사용 제한이나 절제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선용’을 더욱 지향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교구가 개발한 ‘가톨릭 모바일 성경쓰기 애플리케이션’은 누구나 휴대전화로 성경을 쓸 수 있어서 하느님 말씀에 더욱 맛 들이는 신앙생활로 이끄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쉼 문화운동은 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악성 댓글, 디지털 성범죄 등 다양한 죽음의 문화를 식별하고 정화하여 사랑과 생명의 문화로 바꾸려는 예언자적 노력도 포함한다.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에게 외딴 곳에 가서 좀 쉬라고 권유하신다. 스마트쉼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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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신부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