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저미는 죽음의 시간이
이렇게 가까운 밤
그보다 앞서 꽃이 찾아옵니다.
하나 둘이 아닙니다.
눈물과 고통보다 먼저
꽃들이 달려옵니다.
죽은 듯 검은 가지에
어찌 저리도 많이 숨어 있었는지….
웅크리지 않고 걸어 나오면
꽃그늘 아래입니다.
올려다 보아도 하늘이 아니라 꽃천장입니다.
한동안 만나지 못한 얼굴들이 저리 많지요.
그리하지 말자며
처음 해보는 약속 안에 들어간 지
꽤 지났네요.
미사도, 소리 내 부르던 성가도,
소리 맞춘 기도 소리도 멈추었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말라
저토록 꽃이 피었습니다.
그러니 혼자 노래를 불러봅니다.
이 밤 기도 속에
저도 들어 있겠지요.
그러지 않고서야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요.
이영미(안나·인천교구 중2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