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들이 이리 귀여우셔도 되나요? 흥겨움으로 잠시나마 미사 없는 상황을 위로받네요.” “진짜 멋지다. 중간에 성호경 스웩(swag)까지! 이렇게 청년들에게 가까워지는 가톨릭, 너무 보기 좋아요! 사랑해요ㅠㅠ”
2020년 3월 3일, 유튜브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 그러자 이 같은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다. 도대체 무슨 영상이길래 이렇게 뜨거운 반응일까?
총 46초짜리 이 영상에는 신부 4명이 최신 유행하는 ‘아무노래 챌린지’에 도전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익살스런 표정부터 재빠른 춤 동작, 신이나 ‘으하하’ 웃어버리는 모습까지 딱 영락없는 요즘 청년들이다. 단, 신부를 상징하는 로만 칼라와 검은 사제복만 빼고 말이다.
이 영상뿐만이 아니다. 해당 영상이 실린 유튜브 채널에는 이렇게 젊은 신부들을 가깝고도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영상들이 올라온다. 신부들이 바닷가에서 뛰어놀고, 집에서 운동기구로 장난치고, 일명 수능 금지곡인 ‘존중합시다, 리스펙!’ 영상을 패러디하기도 한다.
이처럼 신부들의 친근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은 바로 ‘신소재’다. ‘신부들이 소개하는 재미있는 신앙 콘텐츠’라는 뜻으로, 신소재 회원들이 따로 찍은 ‘개인 콘텐츠’부터 함께 만든 ‘공동 프로젝트 콘텐츠’, 청년 신자 등과 협업한 ‘개방형 콘텐츠’ 등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유튜브 채널 ‘신소재’가 시작된 건 2017년 서품받은 수원가톨릭대학교 일부 신부들이 의기투합하면서다. 지난해 10월 신부들은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많은 신자 분들과 신앙 안에서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눠보자”고 뜻을 모았고, 정식 구성원으로 신부 14명이 모였다.
그렇게 모인 신부들은 원래 올 하반기 채널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미사가 중단되면서 예상보다 빠른 올해 2월 29일 채널을 열게 됐다. 영적 갈증을 느끼고 있을 신자들을 위해 ‘릴레이 강론’을 3월 1일부터 전하려고 그렇게 정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 달 넘게 매일 올라온 릴레이 강론 영상들에는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진 신부들이 각양각색으로 강론하는 모습이 실려 있다. 3개월 차 새내기 토마스 신부는 성전을 배경으로, 귀염둥이 뀨 신부는 3일 동안 직접 작곡한 음악으로 강론을 한다. 미국·프랑스 등에서 유학 중인 신부들은 현지에서 강론을 전해오기도 한다.
특히 신소재에서는 릴레이 강론 외에도 다양한 신앙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다. 진지하지만 무겁진 않은 이러한 신앙 콘텐츠들에는 신부들과 함께 성가를 부를 수 있는 ‘신부님들은 뭐하고 놀아요? 성가’ 콘텐츠, 신종아리 신부가 그리는 그림을 보며 예수님을 그리는 ‘예수님을 그려보아요’ 콘텐츠, 신앙생활의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신앙생활’ 콘텐츠 등이 있다.
무엇보다 청년·청소년을 주 시청자층으로 삼고 있는 만큼 신소재 영상들은 짧고 쉽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현재도 신소재 회원들은 수원가대 출신 수원·원주·춘천교구 사제 22명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원하는 사제들은 교구·나이·수품년도·사목 분야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사제들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청년·청소년들은 모두 신소재와 협업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예컨대 하나의 성가 뮤직비디오를 참여 공모 등을 통해 장면별로 청년·청소년들이 찍어 보내고, 이를 신소재가 모아 하나의 영상으로 제작해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신소재 대표 양두영 신부는 “특별히 청년·청소년 신자들이 다 같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며 “신소재가 ‘신앙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님을 만나면 우리의 삶은 축제가 된다는 말처럼, 신앙을 의무적인 것이 아닌 자유롭고 편안한 삶이라는 점을 저희를 통해 느끼실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양 신부는 “‘가톨릭’하면 가장 많이 먼저 보시는 것이 사제일 텐데, 사제들이 딱딱하면 가톨릭에 대한 접근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느님은 딱딱한 분이 아니구나, 좋은 분이구나’ 느끼실 수 있도록 저희의 무겁지 않고 기쁘고 즐거운 모습을 통해 ‘주님 안에서 사는 삶이 정말 이렇게 즐겁다’하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