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재진 바오로(신문취재부 기자)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걸어서 3분 남짓. 잠이 덜 깨 눈을 반쯤 뜬 채 걷는데 낯선 이가 앞을 가로막으며 말을 건넨다. “안녕하세요. 저희 후보님 명함 한 장 올리겠습니다.” 지역구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였다. 하마터면 유사종교인 줄 알고 인상을 쓸 뻔했다.
며칠 뒤 다른 선거캠프 관계자는 자신의 후보가 있는 곳까지 안내하며 말했다. “저희 후보님이십니다” “아, 예”라고 대답하며 바라보니 선거용 미소를 지은 채 한 지역구 후보가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기자의 근심과 걱정을 모두 해결해줄 것만 같았다. 이렇게 4월 2일부터 14일까지 후보들과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당선되면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소리치며 약속했다.
4년 전은 어땠는지 되돌아봤다. 4년 전에도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 열심히 하겠다”고 했던 것 같다. 2016년에는 코로나19 이전 세상이어서 손까지 덥석 잡으며 말했을 거다.
지난 4년간은 유난히 ‘국민의 명령’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국민의 명령’이라는 말이 가장 싫었다. 국민은 명령한 적이 없다. 명령한다고 들을 사람들이던가. 얼마나 ‘국민’을 팔아먹었으면 귀가 가려울 정도였다. 물론 모든 국회의원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4년간 말 그대로 국민을 위해 일했던 국회의원들도 많았다. 그런데도 우리네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상당수의 국회의원이 국민보단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을까. 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36다. 계류 중인 법안은 1만 5000건이 넘는다. 5월 29일까지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13일 동안 웃으며 이야기 들어주셨는데 다음 이야기는 4년 후에 들어주실 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