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리지 말라고
고정해놓은 책갈피 제멋대로 날려
앞장과 뒷장의 글씨 뒤죽박죽
요리조리 겹쳐 보인다.
주임신부님과 보좌 신부님뿐
신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유튜브 영상을 통한 기도 시간
발 디딜 틈 없던 성당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성체를 모시기 위해 돌아서는
주임신부님의 허전해 보이는 뒷모습
골고타 언덕을 홀로 십자가를 끌며
한발 한발 움직이는 예수님의 모습이
잔상처럼 겹쳐 보인다.
어려울 때만 간절히 찾게 되는 주님
일상생활의 감사기도 보다
급할 때 청원기도만을 드리는
나의 비굴한 모습이 겹쳐 보인다.
오충(니콜라오·대전교구 세종성요한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