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여전히 비상상황에 놓여있다.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사고 발생은 끊이지 않는다. 여야 정치권의 명확한 입장 차이로 인한 갈등 상황은 여전하다.
언론을 통해 접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식보다 우울하거나 언짢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들로 가득 차 보인다. 그러나 그뿐이겠는가. 평소의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 요즘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사람들, 코로나19 방역에 헌신하는 의료진과 역학조사관, 공무원 등 방역 현장에 있는 이들, 일상 곳곳에서 묵묵히 사회 규범을 지키며 윤리적 역량을 보여주는 일반 시민들의 모습은 언론이 보여주지 않는 우리 사회의 실제 상황일 것이다. 언론은 부정적, 예외적, 일탈적 성격을 지닌 사안에 주목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말이다.
그동안 필자도 지난 원고들을 통해 언론이 잘하지 못하고 있는 사안들에 집중했다. 언론의 행위에 비판적 태도를 지녀야 하는 일종의 직업적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이 어찌 잘 못하고 있는 부분만 있겠는가. 잘 못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지적하는 것과 동시에 잘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응원하는 것이 건설적인 비판의 주요 목적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러한 점에서 올 한해 언론이 본연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한 몇 가지 일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언론은 올해 4월 ‘감염병 보도준칙’을 제정했다. 보도준칙은 감염병에 대한 추측 및 과장 보도 지양,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보도, 예방법 및 행동수칙에 대한 우선적, 반복적 제공 등을 골자로 한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언론은 보도준칙에 따라 피해 확산을 막고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는 데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이 발생 원인이나 감염 경로 등 명확히 밝혀진 사실이 충분하지 않은 신종 감염병 보도에서는 더욱 세밀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인 스스로 언론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윤리의식을 되짚어 보자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좋은 저널리즘 실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1월 한국기자협회 등 9개 미디어 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는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에 나섰다. 혐오표현을 그대로 받아쓰기, 그를 통한 혐오표현의 확산은 사회통합의 역할을 지닌 언론의 책무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혐오표현 사용과 유포에 있어 세심한 주의는 사회의 분열과 대립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견이 차별 없이 공유될 기회를 확장하는 데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또한 언론 스스로 자발적 노력과 실천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응원받아 마땅하다.
언론은 올 한해 감시견의 역할도 충실히 지속해왔다. N번방 사건이 촉발한 사이버 범죄의 심각성을 공론화한 것을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복지 실태 보도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마주하고 있는 이슈들을 재조명하고, 제도 개선까지 이끌어 내며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 했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루카 6,41) 우리는 뉴스 이용자로서 각자가 지닌 관점과 가치관을 점검하면서 종합적·균형적 시각으로 언론 보도를 바라보아야 한다.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우리는 내 눈 속 들보를 깨닫는 동시에 언론의 ‘티’를 발견하려 애써야 한다. 또한, 우리는 좋은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보도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응원하는 일에도 동참해야 할 것이다. 좋은 저널리즘은 언론 스스로 노력으로 실현되지만 좋은 뉴스 이용자를 통해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