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미사를 마치며 퇴장했는데 신자 몇 사람이 찾아와 성체를 모시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카카오TV로 미사를 보셨나요?”하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방역 수칙에 따라 20명 이내로 제한된 미사에 인원수가 차서 성전에 들어오지 못한 채 성당 마당에서 스마트폰으로 본당에서 생중계하는 온라인 미사를 보고 나서 미사가 끝나는 즉시 성전으로 찾아온 것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기 전 어느 주일에 미사 생중계에 참여한 신자들에게 오후 2시에서 3시까지 성당 마당에 오면 성체분배를 하겠다고 공지를 했더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신자들이 찾아온 적이 있다. 신자들이 얼마나 성체에 목말라 하고 있는지 성체분배를 하는 중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런 방식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실시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며칠 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지금은 그마저도 시도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최근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대면 미사는 금지되고 오로지 전례봉사자와 촬영 관계자, 그리고 신자 몇 명을 포함한 20명 내의 비대면 미사만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제한 조건 하에 본당 사목자로서 어떻게 하면 신자들이 미사와 함께 신앙생활을 지속하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니 그래도 여러 가지 사목적인 방법들이 떠오른다. 우선, 평소대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실시하고 있다. 비대면 미사를 위해 주일 교중미사만 빼고 나머지 평일과 주일 미사는 ‘카카오TV’를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생중계한다. 다만 주일 교중미사는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있는데, 성전 2층에 카메라 3대가 설치된 방송실이 있어서 전문가가 조작하면 일반 방송국처럼 다양하고 역동적인 화면을 보여줄 수 있다. 모든 미사를 전문가가 와서 해줄 수 없으니 평소에는 스마트폰을 제대 앞에 고정으로 설치하여 카카오TV로 생중계한다.
사실 예전에는 주일 교중미사 강론만 유튜브로 녹화하여 본당 유튜브와 팟캐스트에 업로드 시켜 신자들이 언제라도 볼 수 있게 했는데 이제는 실시간으로 미사에 참여할 수 있고, 특히 교중미사는 녹화까지 되어 언제라도 유튜브로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알고 보면 카카오TV나 유튜브 사용이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매우 쉽고 편리하기 때문에 실시간 생중계든 녹화방송이든 어떤 방식이라도 가능하니 본당 사목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너무나 좋은 소통 수단이라 하겠다. 우리 신부들 역시 매일 미사를 봉헌해야 하는 입장에서 혼자 집전하기보다 소수라도 신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 규칙적인 생활과 신자와의 끊임없는 교류를 통한 사제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종교 활동이 금지된 상황에서조차 감염의 우려 없이 성체성사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비대면 미사를 마련한 본당이 있다. 일명 ‘드라이브 미사’가 그것이다. 성당 마당과 주차장에 주차된 상태에서 차 안에 있는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어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에게 주례사제가 직접 가서 성체를 분배하는 방식이다. 그 본당은 이를 위해 이미 무선 주파수를 사용하는 무선국 개설허가를 받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성체성사를 갈구하는 신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드라이브 미사라는 대안 사목을 실천하는 본당 신부의 사목적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또한 교구 차원에서 드라이브 미사를 희망하는 본당을 조사해 일괄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그 본당 신부의 제안에 매우 공감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거의 최고 단계에 이르렀지만 비대면 사회에서 요구되는 사목적 대안은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비대면 사목을 실천하는 방법은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비대면 방식은 대부분 녹화된 비동시성 콘텐츠가 주류였다면 최근 새로운 비대면 방식은 동시성, 즉시성, 현장성의 특징을 구현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대면 방식과의 융합도 가능하다. 요즘 본당에서 모든 미사를 실시간으로 생중계를 실시하니 더 많은 신자들이 온라인 미사에 참여하고 있음을 구독자수와 클릭 횟수의 증가세가 알려준다. 그러니 본당 미사를 중단하기보다는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본당 신부가 직접 집전하는 미사를 실시간 생중계한다면 미사에 목마른 신자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지속적인 신앙생활에 활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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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