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가 필요 없는 세상이 와야죠. 쉼터를 늘리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잘해서 아이들이 행복해지면 이런 쉼터가 필요 없지 않겠어요?”
전국학대피해아동쉼터협의회 황은희 회장은 “아동학대가 줄고 쉼터에 아이들이 들어오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2월 19일 한 쉼터에서 황은희 회장을 만났다.
2020년 10월 있었던 ‘정인이 사건’은 보는 모든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정인이 사건 이후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증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전국 아동학대 112신고 건수는 5959건. 1년 전 같은 기간 신고 건수인 4364건에 비해 36.5 증가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인데 달리 말하면 그동안 아동학대에 대해 소홀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황 회장은 “아동학대는 항상 있었다. 다만 노출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곳 쉼터에는 현재 7명의 아이가 지내고 있는데 지금도 아이들을 받아 달라는 연락이 온다. 그만큼 아동학대가 많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원이 7명인 탓에 받고 싶어도 더 받을 수 없다. 그는 “대도시 쪽에 있는 쉼터는 현재 폭주상태”라고 덧붙였다.
쉼터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모두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된 아이들이다.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대인지를 판단해 쉼터로 보낸다. 황 회장은 “쉼터로 오는 아이들은 학대를 견디다 못해 오는 것”이라며 “일찍 발견하면 치료도 쉽고 아이들 고통이 덜할 텐데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도 부모들을 설득하기 힘들고 또 동의하지 않으니 늦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앞으로는 1년에 2번 이상 학대신고가 되면 부모와 아이를 분리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2020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황 회장은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대한다. 그는 아이들을 잘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고 마음껏 뛰어놀게 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던 것들이 발산되고 치료도 잘 된다는 확신에서다. 황 회장은 “심리치료나 약물복용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음껏 놀고 발산해야 심리적으로도 안정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쉼터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바람도 전했다.
황 회장은 학대를 한 부모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는 “보통 부모들도 학대를 받았던 사람들”이라며 “부모들도 사랑받지 못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라서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안정돼서 원래 가정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부모에 대한 치료도 필요하다”고 했다.
황 회장은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을 모두가 함께 키운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아이들을 잘 키워서 나중에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고 안전한 사회,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쉼터가 없어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쉼터를 줄여가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 소망이죠. 뭐.” 인터뷰를 끝내고 쉼터를 나오는데 한 아이가 달려와 황 회장을 손을 꼭 잡았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