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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언론인 신앙학교가 나에게 준 선물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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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를 받기 전까지 성경은 나에게 세상의 많은 ‘옳은 말씀’중 하나였을 뿐이다. 세례를 받고 천주교와 중대한 관계를 맺게 되자 달라졌다.

관계란 무엇일까. 사랑하고, 격려하고, 신경 쓰고, 시간을 쓰면서 책임을 느끼는 것이라고도 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차용)

‘어린 왕자’의 메시지를 나는 실감했다. 예전과 달리 좀 더 시간을 할애해 진지하고 꼼꼼한 자세로 성경을 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성경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대상의 존재감이 너무나 컸고 또 갈수록 커졌던 것이다.

성경은 기호학을 집대성한 대사전과도 같았다. 온갖 사실과 비유와 상징 등 이 세상의 수사법이 총동원돼 있음을 새삼 알게 됐다. 문제는 성경의 내용 중 어떤 것이 사실이며 어떤 것이 비유인지, 각각의 비유와 상징들 가령 ‘돌아온 탕자’비유나 ‘오병이어’ 기적에 대해선 어떻게 풀이하는 것이 옳을지‥. 단기간동안 성경공부를 한 ‘초짜’ 신자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런 만큼 성경의 말씀은 나에게 추상적이기도 했다. 기자에게는 직업특성상 늘 ‘사실(fact)여부’와 ‘시대적 의미’가 초점이다. 나는 성경에서도 무엇이 사실인지, 그 추상적인 말씀을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풀이하고 적용해야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런 점에서도 가톨릭언론인회가 주관하는 가톨릭언론인신앙학교는 초짜 신자인 나에게 열쇠를 제공했다. 세례를 받은 지 5년 후(2000년) 2기생으로 참여한 이 교육프로그램의 두봉 주교님 강의 때였다. 강의가 끝난 뒤 “질문들을 하라”는 주교님의 말씀에 질문을 할까 말까(잘 모르는 초짜가 질문했다가 망신을 당할 까봐) 망설이다 손을 들었다. 성경에서 무엇이 사실인지 어떻게 식별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는데, 주교님은 “말씀의 의미에 초점을 두는 게 좋다”고 답변을 했다. 나는 속으로 “맞아, 기호학 자체도 의미작용이 관건이지‥”하며 어슴푸레하게 공감을 했다.

이어진 사회교리시간은 내 신앙에 전기가 됐다. 우선 사회교리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징표를 찾아 인간존엄성과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나의 직업적 소명인 저널리즘의 목표와 일치했다. 또 그 시작은 산업혁명 이후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고통을 받던 노동자들의 권리와 노동의 의미, 국가 역할 등을 성찰한 레오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1891)에서 비롯했으며 지금까지 20여 편의 교황회칙에 걸쳐 사회와 함께 존재하는 ’지킬 교리‘가 돼왔다는 것이다.

사랑은 사회교리에서도 핵심인데 이 사랑은 친구나 가족·소집단에서 맺는 미시적 관계뿐 아니라 사회와 정치, 경제와 노동,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국제공동체, 문화와 민족 간의 관계 등 거시적 관계의 원칙이라고도 했다.

‘사실을 바탕으로 시대의 일들을‥’ 나는 맞는 신발을 찾아 신은 듯도 하고 침침하던 눈이 밝아지는 듯도 한 느낌을 받았다. 사회교리는 그 전에 내가 인식하던 성경말씀보다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이었으며 지금 내가 발을 딛고 서있는 자리의 복음으로 다가왔다.

그 뒤 따로 접하게 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 역사는 사회교리에 대한 내 관념을 입체적으로 다듬어주었던 것 같다. 성 요한 23세 교황은 “저 답답한 교회의 창문을 활짝 열어 세상의 시원한 바람을 받아들이자”고 주창하고 여러 분야에서 대개혁을 단행했다. 교회가 세상의 흐름과 변화를 잘 관찰해 징표를 알아내고, 적응하며 또 쇄신해 하느님을 찾자는 노력이었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가 사회매체교령 ‘놀라운 기술’을 반포했으며 사회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는 사실도 나는 신자언론인으로서 새로 알았다. 이 교령은 이어져 2017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51차 세계홍보주일 담화 ‘우리 시대에 희망과 믿음 전하기’에까지 이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디어생태계가 급변하는 시기에 내놓은 이 담화에서 “고전매체든 새로운 매체든 인간존엄성과 사회 공동선을 위해 봉사해야하며 자본의 논리와 정치적 목적에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회교리를 접한 뒤 나는 두봉 주교님의 말씀대로 성경에 대해서는 사실보다 그 의미에 집중하게 된 듯 하다.

※ 가톨릭언론인 신앙학교는 현재 38기생을 모집하고 있다. 오는 4월6일 개강하는 신앙학교는 미디어종사자, 또는 그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람을 피교육생으로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다. (문의 : 010-9728-0121)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지영(이냐시오)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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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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