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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내 님의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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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긴 시간을
묵묵히 타박타박
내 발자욱만 따라 짚으며 걸어 와 준
내 님의 사랑은,

서툴고 더딘 내 행보에 지쳐
재촉하며 앞서
잡아 끌 수도 있었으련만,

답답한 숨 소리 한 번 내지 못 하고
가끔 스치는 바람으로
가슴앓이만 하던
머저리 사랑.

그 사랑이
석양같은 내 삶 속에
긴 잔영을 남긴다.

어느 새 장년이 되어버린
내 아들 딸의 옛 모습 뒤에도
밤 새 술잔을 기울이며 호기를 부리던
젊은 날의 남편의 등 뒤에도
어김없이 새겨져 있는
그 님의 숨 죽인 가슴앓이를
이제야 내가 끌어 안는다.

주고 또 퍼주어도 목마른 사랑,
십자가 가시관 사랑으로
너덜너덜해진 가슴팍

그 시린 사랑이
일몰 해가림의 타는 핏빛 구름속에서
나를 찾는다.

사랑이었어라
맘 놓고 드러낼 수도 없는
참으로 아픈 사랑이었어라
내 님의 사랑은…
혈관 속을 흐르고 있는 피처럼
흘러도 보이지 않는
행해도 표나지 않는
참으로 바보같은 사랑이었어라
아픈 사랑이었어라
내 님의 사랑은…


박명순 (드보라·제주교구 신창본당 조수공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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