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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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잘 살고 있습니까?(최영일, 빈첸시오,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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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시작된 것 같은 2021년이 벌써 완연한 봄, 4월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일 년을 네 토막으로 쪼개어 ‘분기’라고 부른다. 벌써 올 한 해 1/4의 시간이 흘러가버린 셈이다. 시간은 연속적이며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이나 독자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시간, 잡을 수 없는 바람이나 냇물처럼 흐르는 유동성 위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시간이란 개념적이면서 물리적인 절대 조건일 뿐 실제 삶의 구성물은 우리가 매 순간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사건들, 즉 경험이다. 이 경험이 우리 자신을 규정하고 구성한다. 슬픈 사건으로 점철된 이의 삶은 슬프다. 기쁜 사건이 많은 이의 삶은 밝다. 힘든 사건들을 이겨내온 경험을 가진 자는 강하다. 운 좋게 별 사건 없이 평이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자는 지금까지 몸은 편했을는지 몰라도 경험의 결핍으로 미래 변화에 취약할 것이다.

최근 우리의 경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건들을 둘러보자.

며칠 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의 당선자가 나오면서 정치권이 요동칠 것이다. 내년 3월 치러질 차기 대선 전망이 쏟아져 나오면서 현직 경기도지사와 전직 검찰총장, 그리고 여야 제3후보가 나올 수 있을 것인지 나라가 시끌시끌할 것이다. 하지만 선거란 국민에게 헌신할 공직자를 뽑는 것이니 민생 그 자체는 아니다. 민생을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한 올바른 도구를 선택하는 민주적 제도의 절차와 과정일 뿐이다. 누가 당선되느냐, 물론 중요하지만, 당선자는 승리자이거나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 모두를 섬기기 위한 종복이라는 것이 본질임을 잊지 말자. 정치행위의 주체, 주인, 주인공은 우리 모두이다.

부동산 이슈와 LH 사태라는 사건이 계속 시끄럽다. 주거 문제로 힘든 국민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공기업에서 일하는 일부 전·현직 임직원들이 공익을 위해 수립된 토지주택 관련 정보를 이용해 부당하게 사익을 추구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떠들썩하게 된 사안이다. 이 뿌리는 상당히 오래됐을 것이다. 심지어 70년대 강남 개발을 배경으로 한 영화 ‘강남1970’이 다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국민적 공분은 커지고, 이는 또 정치와 연결되어 악재로 맞게 된 집권여당과 정권심판론의 불쏘시개로 이용하는 야권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여야의 유불리를 떠나 우리 정치가 과연 이러한 부당이득세력을 제대로 척결하고, 국민을 위한 공익을 바로 세울 것인지가 본질인데 이는 쉽지 않은 과제로 보여 걱정이다.

이뿐인가. 구미에서 안타깝게 사망한 세 살 여아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이 대중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하나의 사건만이 아니라 해마다 약 3000명 내외의 신생아가 출생기록이 없는 사각지대에 있을 것이라는 무서운 추정치도 우리가 기억하고 대처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이다.

나라 밖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로 무고한 시민,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다수 사망하고 있다. 그들은 미얀마를 살리기 위해 국제사회가 연대하고 개입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도 미얀마 거리에 무릎 꿇는다. 폭력을 멈춰달라”는 메시지를 나누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총격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 애틀랜타에서 한국계 여성 네 명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면서 이는 이제 남의 나라 문제만이 아니다. 영화 ‘미나리’처럼 낯선 타향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우리 이민세대가 견뎌 왔던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범죄를 이제 멈추자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아슬아슬하고, 힘겹게 백신을 수급하면서 집단면역을 향해 가는데 불안과 불신을 조장하는 가짜 정보, 비과학적 백신 음모론에 접종 동의율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

흉흉한 시대가 아닐 수 없다. 한 끼의 건강한 식사, 한 잔의 차나 커피, 충분한 숙면으로 건강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잘 살고들 있느냐고.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이제 주위를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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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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