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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생명 감수성 /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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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도 할 겸 식단조절에 들어갔다. 간이 밴 음식은 멀리하고 평소 가까이하지 않던 채소와 과일 위주로 먹으면서 새삼 새로움을 느끼고 있다. 어떠한 조미료도 없이 그 자체로 완벽한 맛을 내는 음식들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입맛만 민감해진 것이 아니다. 집 앞 산책로를 거닐면서 보이는 새싹들과 동물 소리에도 눈이 가고 귀가 기울여졌다.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민감함이 증폭됐다고 할까. 동시에 생명을 등한시하는 것도 잠재된 폭력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폭력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높아지면서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며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공감대는 폭력적 문화에 경종을 울리며,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건설적인 현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폭력을 낳을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남승한(라파엘) 변호사는 “가해자에게 행위 이상의 책임을 물으면서 폭력이 되풀이되는 현상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뚜렷하게 드러난 폭력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해야 하지만, 관계 속에 뒤섞여 깊숙이 잠재된 폭력성은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실마리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 신앙인은 부활로 영원한 생명을 보여 주신 그리스도를 떠올릴 수 있다. 완전한 비폭력으로 진정한 승리를 가져온 그리스도의 숨결은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 깃들어 생명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 안에 살아 숨쉬는 그리스도의 숨결을 다른 이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면, 부활의 기쁨 속에 생명의 길로 한층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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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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