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협 속에 미국 전역에서는 최근까지 재소자 9500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50여 명이 사망하는 등 감염 위협이 심각한 상황이다. 구치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의 인권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심각한 사각지대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가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 구치소 수감자들의 인권과 안전을 위해 소송을 제기해 1년 넘는 변호 끝에 ‘경범죄 재소자 3500명의 조기 석방’ 판결을 이끌어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이웃 사랑의 하느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인권 변호사로 활동 중인 강지혜(레아, 37, 사진)씨가 주인공이다.
강씨는 3월 28일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심각해지는 동안 의료 지원과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재소자들에 주목한 배경을 전했다. 그는 “주정부는 감옥에 갇힌 이들도 안전히 보호해야 하는데, 수백 명의 재소자가 바이러스에 걸리기 시작했고, 그 양상은 매우 심각하다”며 “그들의 생명을 구하고자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주정부는 이번 판결에 따라, 우선 2000여 명을 두 달 이내에 석방키로 했고, 나머지 재소자들도 이어서 석방할 예정이다. 걱정 속에 지내던 재소자들의 가족들은 눈물로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운영하는 51개 교도소엔 3만 4000여 명이 갇혀있다. 이들은 한 방에 100명 넘게 살면서도 의료적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그는 “재소자들은 마스크도 없이 코로나19 검진도 받지 못한 채 지낸다”며 “어르신 재소자들을 비롯해 교도소 직원들도 검진을 받지 않는 등 이들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서 인권을 무시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전역에선 이 같은 문제로 재소자 권리 보호를 위해 많은 소송이 제기 중이다. 그러나 주정부를 상대로 석방 판결을 받아낸 사례는 거의 없는 게 미국 내 현실이다. 비영리단체인 노스캐롤라이나 미국시민연합(ACLU of North Carolina) 소속 변호사인 강씨는 “이 사건을 위해 저 혼자가 아닌, 훌륭한 변호팀과 함께 변론을 맡았다”며 “우리에게 불리한 과정도 많고 힘들었지만, 재소자들의 고통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 제시하고자 열심히 일했고, 승리를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성당서 배운 이웃 사랑 가르침대로 그는 “‘죄를 지은 이들의 권리를 위해 싸울 필요가 있느냐’는 주변 목소리도 많았지만, 재소자들도 인권이 있는 같은 이웃이고, 사회 발전의 척도는 가장 취약한 이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여긴다”며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성당에 다니며 배운 인간의 도덕성과 주님 사랑, 이웃을 섬기라는 가르침이 제가 하는 일의 뿌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다시금 불거지고 있는 아시아계 혐오 범죄와 유색인종을 향한 차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씨는 “미국 내 인종차별주의는 오랜 이민자 문화의 역사에서 비롯되며, 현재 아시아인을 향한 폭력은 ‘백인우월주의’ 사회 인식 체계 때문”이라며 “이 같은 잠재된 인식이 코로나19를 통해 더욱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코로나19 동안 더욱 드러난 인종차별주의에 많은 이가 더욱 주목하게 됐고, 현재 유색 인종과 가난한 이들을 차별하는 일부 잘못된 형사 제도에 도전하는 소송을 다시금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낙담보다는 희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인종 차별주의 철폐 위해서도 노력한국계 미국인 변호사로서 미국 내 인종차별주의 철폐를 위한 법적 제도 개선과 법의 사각지대에 놓은 어려운 이를 돕는 데에 더욱 적극 나서겠다는 포부다.
강씨는 “얼마 전 이민자의 애환을 다룬 영화 ‘미나리’도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전 세계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며, 모두를 위한 자유와 평등에 기반한 국가이지만, 그 목적은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며 “미국 내 인권 침해 문제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기울이기에 변화할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 해결에는 미국 내 한국인들에게도 책임과 의무가 있다”며 “아시아계 미국인들 중에서도 특별히 한국인들의 참여가 중요하며, 우리가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서는 유색 인종과 이민자들의 연대가 꼭 필요하다”고 재차 밝혔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