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직장생활 하며 10집 앨범 낸 김록환(바오로)씨, 이주민 여성들 결혼식에 축가 봉사도 펼쳐
“제 노래는 사랑과 이별 노래는 아닙니다. 바다 건너온 며느리, 힘든 청년과 대학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노래에요. 주로 국가 정책과 사회문제를 노래로 전달해왔죠.”
3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10집 앨범을 발표한 김록환(바오로, 서울 세종로본당)씨는 노래하는 공직자이자, 국가 정책 홍보가수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서부지사장인 그가 12년 음악 인생을 정리한 「나는 가수가 아니에요」(에이앤에프커뮤니케이션)를 발간했다.
다문화 인식 개선, 청렴사회 등 노래
다문화 인식 개선, 물 부족, 청렴 사회 등을 노래해 온 그는 “나는 가수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노래 부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가수(歌手)가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가수(佳手)가 되고 싶은 마음을 책 제목으로 달았다.
그의 음악 인생은 2010년 ‘우리 며느리’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우연한 계기로 안치행 작곡가와 인연이 닿았고, 그에게 ‘우리 며느리’ 곡을 받았다.
“당시 한국산업인력공단 외국인력국에서 근무하며 각 나라와 MOU를 체결하면서 바다 건너온 이주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죠. 꿈의 나라인 한국에 와서 차별과 편견으로 힘들게 살아가더라고요. 그러면서 다문화에 관심을 두게 됐고, 다문화 인식 전환을 위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죠.”
그의 노래 장르는 대부분 트로트다. 모두 쉽게 따라부를 수 있도록 작사와 작곡을 해왔다.
그는 베트남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사랑을 담은 ‘우리 며느리’를 시작으로, 며느리와 남편 입장에서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노래한 ‘바다 건너온 사랑’ 등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다문화 합동결혼식에서 무료로 축가를 불러주는 봉사를 시작했다. 평일에는 공직자인 그가 주말에는 대전, 담양 등 다문화 합동 결혼식장을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하객들의 반응이 없자, 그는 코러스로 함께할 다문화 여성 출신 사람들을 모아 데리고 다녔다. 다문화 문화 봉사회도 결성했다.
“공연 하루 전에 모여 연습을 하는데 7, 8명이 모이면 밥값에 교통비에 전통 의상비까지 한 번 노래를 부르러 가면 50만 원 이상씩 깨지는 거예요. 다문화 봉사를 시작하면서 집에 월급을 거의 못 갖다 줄 정도였습니다.”
다문화 합동결혼식에서 그가 노래를 부르면 신부들은 눈물을 흘린다. 남편 하나 믿고 바다를 건너온 신부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노랫말과 구성진 가락에 마음이 녹는다.
암 투병에도 책 발간
「나는 가수가 아니에요」는 3년 전 신장암 수술을 받고도 노래를 계속 발표하던 중 두 번째 암이 발병했고, 삶의 끝자락에서 음악과 봉사인생을 남겨야겠다는 마음으로 낸 책이다. 책에는 그동안 발표했던 정부 혁신 테마송 ‘혁신해요’, 청렴 사회를 노래한 ‘정정당당 청렴사회’, 물 부족 문제를 다룬 ‘물 좀 줘’ 등이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사연이 담겼다. 박운음 화백이 삽화를 그렸다.
그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인데 두 번 아프다 보니 욕심을 내려놓게 됐다”며 “가족들이 응원과 후원을 해주지 않았다면 가지 못했을 길”이라고 털어놨다.
투병생활로 최근 축가 봉사를 하지 못한 김 지사장은 “이제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들을 위해 행사성 봉사가 아닌 다문화 자녀들의 직업 교육 같은 그들이 한국 생활에서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