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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은폐(隱蔽)와 엄폐(掩蔽)

도재진 바오로(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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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녹이 슨 수도관에서 물이 줄줄 샌다. 이번에는 수도꼭지를 열자 수도관을 통과한 녹물이 콸콸 쏟아진다. 정화 필터를 써보지만, 그때뿐이다. 수도관을 교체하지 않으면 수도관에서는 영원히 녹물이 흐를 수밖에 없다.

최근 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논란의 불을 댕겼다. 한 부대 급식 사진이었는데, ‘부실한 식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첫 제보를 시작으로 다른 부대의 부실 급식 사진들이 줄을 이었다. 곳곳에서 제보가 이어지던 중 국방부 수사관이 제보자의 집으로 찾아가는 일도 발생했다.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이었다는 게 국방부 조사본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제보자를 찾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을까 의심이 들게 했다. 문제를 개선하기보다 문제를 덮어 해결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그런데 정작 군대 내 부실 급식 문제는 군대 내 성추행 사건이 가려버렸다. 성추행 피해를 본 공군 여성 부사관이 지난달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들어주는 이는 없었다. 국방부에 보고는 올라가지 않았고 ‘단순 사망 사건’이라는 보고가 올라가기도 했다. 부대 관계자들의 회유와 협박으로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당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육군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한 육군 부대 대대장 A 중령이 여성 장교와 부사관들을 성추행했다. 또 다른 육군 부대에서도 4급 군무원이 여군 부사관과 군무원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사관이 여군을 불법촬영한 사건도 있었다.

군은 문제를 가리기에만 급급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건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드러났다’. 군에서는 병사들에게 은폐(隱蔽), 엄폐(掩蔽)에 대해 훈련시킨다. 은폐는 ‘덮어 감추거나 가리어 숨김’, 엄폐는 ‘가리어 숨김’을 뜻한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은폐와 엄폐는 군대 내 모든 일에 적용되는 듯하다. 군대 내 ‘인권’은 이미 바닥이 드러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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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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