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이 무엇인가. 믿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많은 신자들이 신앙의 의미와 교회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 가톨릭신문사가 우리신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포스트 팬데믹과 한국천주교회 전망에 관한 의식 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팬데믹 영향으로, 잠시 성당 문이 닫혔다는 이유로 신앙의 위기가 닥친 것일까. 팬데믹 이전에도 본당 활동은 위축되고 있었고, 많은 이들이 이른바 ‘주변부’ 신자가 되거나 냉담하는 비율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왔다. 가톨릭신문사가 10년 주기로 실시, 복음화를 위한 사목활동과 정책 수립 및 연구에 유용한 자료가 되고 있는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신앙생활의 민낯은 계속 볼 수 있었다.

신앙생활의 침체, 신앙의 위기를 팬데믹 영향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 세속화와 개인주의 확산 등의 급류 속에서 이미 한국교회는 사목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아왔다.

인간의 힘으로 대응하기 버거운 팬데믹은 우리를 깊은 성찰의 길로 이끌었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 그 중요성 또한 재인식하게 했다.

무엇보다, 일상 중심의 신앙생활이 아닌 성사와 전례 중심의 신앙생활에 익숙했던 현실, 때문에 성당 문이 닫히자 무뎌지는 신앙의 현주소가 신자 개개인의 탓으로만 생겨난 것은 아니다. 교회 운영 및 사목 방식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다시금 창을 열고 새로운 ‘아조르나멘토’(aggiornamento)를 펼쳐나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