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 요한 크리소스토모(신문취재부 기자)
3년 전 입사하면서 나 자신과 한 약속이 있었다. 월급날마다 꼭 홈리스들이 파는 ‘빅이슈’ 잡지를 사자는 내용이다. 취업준비생 시절 힘들고 지칠 때마다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만난 빅이슈 판매원 아저씨를 보고 활력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늘 환한 미소와 우렁찬 목소리로 승객을 반기는 아저씨를 보면 덩달아 기운이 샘솟았다. 그래서 아저씨처럼 땀 흘려 번 소중한 돈으로 빅이슈를 사서 보답하자고 다짐했다. 첫 월급으로 빅이슈를 산 날, 연거푸 고개를 숙이며 기뻐하던 아저씨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이후 월급날이 되면 그의 선한 얼굴이 먼저 떠올라 절로 미소가 나왔다.
하지만 최근 이사를 하게 되면서 그 지하철역에 갈 일이 없어졌다. 자연스레 아저씨를 못 만나는 시간도 길어졌다. 다시 그의 얼굴을 보게 된 것은 지난 4일 ‘세계 가난한 이의 날’ 특집 기사를 쓰기 위해 빅이슈코리아 본사를 방문했을 때였다. 사무실에 걸린 액자 속 유명 연예인 옆에 아저씨가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빅이슈 창간 이후 가장 오랫동안 활동해온 ‘베테랑’ 판매원이었다. 동시에 가장 많은 신입 판매원을 지도 교육한 ‘멘토’이기도 했다.
안병훈(라우렌시오) 빅이슈코리아 본부장은 “새로 오신 판매원들은 저분 곁에서 보고 배우며 ‘나도 저렇게 열심히 해서 많이 팔고 싶다’는 꿈을 키운다”고 말해줬다. 안 본부장은 “처음부터 능숙하시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원래는 사람들 눈 쳐다보는 것도 어려워하셨어요. 그런데 저희 도움으로 홈리스 월드컵에 참여하면서 소통 능력과 자신감이 생기셨죠.” 홈리스 월드컵은 전 세계 홈리스들이 모여 축구 경기를 하는 대회다.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대회가 있는 것도 놀라웠지만, 아저씨가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가 노력에 의한 결과라는 게 더 놀라웠다. 또 한 번 동기부여가 되며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됐다. 이번 달 월급날에는 다시 한 번 그를 만나러 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