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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간섭 없는 세상이 천국(이서원, 프란치스코, 한국분노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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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한집에 살며 다툼 한번 없이 평화롭게 사는 집이 있습니다. 제가 26년째 상담을 배우고 있는 이근후 선생님 댁입니다. 선생님께 비결을 묻자 한마디로 대답하셨습니다. “우리 집에는 서로 간섭이 없다.”

선생님은 처음 자녀들이 집을 짓고, 3대가 모두 함께 모여서 살고 싶다고 했을 때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예티의 집 헌장’을 만들었습니다. 평생 네팔 의료봉사를 해오신 선생님은 히말라야에 산다는 전설의 설인 예티의 이름을 따서 예티의 집이라고 함께 살 집 이름으로 지으시고 지킬 규칙을 헌장으로 만드신 거지요. 헌장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간섭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한 건물에 층을 달리해 같이 사는데, 인터폰으로 서로 연락을 합니다. 이유는 부모라고 시도 때도 없이 문 열고 들어가는 건 되도록 자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전화해서 지금 올라가도 되는가를 물어보고, 좋다고 하면 갑니다. 어디서 과일 한 상자가 선물로 들어와도 올라가는 계단에 두고, 가져가고 싶은 사람이 가져갈 만큼 가져가게 합니다. 서로의 생활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면서 간섭을 하지 않은 덕분에 3대는 지금까지 아무 탈 없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간섭하지 않기’를 3대 공존의 핵심으로 삼게 된 것은 정신과 의사로서 평생에 걸쳐 경험하며 깨달은 바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문제 가정이 그렇게 된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간섭은 침해이며 무례이기에 아무리 가까운 가족도 견딜 수 없어 정신적인 문제로 드러난다는 것을 수없이 확인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간섭은 사실은 따뜻한 관심과 사랑에서 나옵니다. 관심이 없다면 간섭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쨌든 관심과 애정이 있으니 간섭을 하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방법에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는 방법은 다릅니다. 간섭은 사랑하는 마음이 문제가 아니라 사랑하는 방법이 문제인 겁니다. 우리는 옛날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에서 남의 집 숟가락 숫자까지 알려고 하던 마음의 습관이 남아, 조금만 누구와 친해지면 속속들이 모든 걸 알려고 합니다. 그리고 간섭을 시작합니다. 나에게는 애정의 표현이 상대에게는 참견과 간섭이 되는 것을 모릅니다.

얼마 전 한 여자와 두 번째 결혼을 한 남자를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이혼했다가 같은 여자와 다시 함께 사는 남자였습니다. 남자는 요즘 새로 결혼한 것 같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이근후 선생님과 글자 하나 다르지 않은 대답을 했습니다. “이제 저희는 간섭이 없습니다.” 조금만 수가 틀리면 이혼을 다시 해야 하기에 일체 참견이나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자 집이 날마다 천국이 되더라고 했습니다. 이근후 선생님과 이 부부를 보며 간섭 없는 집이 천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을 천국으로 만들고 싶다면 간섭부터 없앨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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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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