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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평화를 위한 인내와 연민 / 강주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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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수녀님 제발 이러지 좀 마세요!” 코로나19 사태가 주춤했던 지난해 어느 봄날,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에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앞에서 민족화해위원회 활동을 하는 신부님들, 수녀님들과 서명을 받고 있었는데, 지나던 신자가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가 없었나 보다. 거의 울먹이며 ‘호소’하는 걸로 봐서 성당에 열심히 다니는 자매님이 분명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옆에 있는 수녀님들에게 종전선언을 하기 전에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소리도 들렸다.

민족화해위원회의 주요 활동인 민족화해학교를 현장에서 진행하다 보면 ‘남남갈등’이라는 장벽에 부딪힐 때가 많다. 병을 고치기 위해 환부를 들여다봐야 하는 것처럼, 강의 중에는 평화롭지 못한 이 땅의 현실을 다루는데, 한반도 문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의견이 신자들 사이에서도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십자가의 화해를 믿는 우리 신앙인들은 갈라져 있는 이 땅의 적대와 두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갈라져서 자주 다퉜지만,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화해와 평화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듯이, 우리가 겪는 ‘남남갈등’도 그리스도의 평화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여정이 될 수 있다. 그리스도의 평화는 힘센 사람에 의해서 억압되거나, 약한 편이 침묵하는 그래서 갈등이 없는 ‘평화’가 아니다. 오히려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까지도 이해하면서, 서로가 서로에 의해서 변화되는 그런 과정에 더 가까운 것일 수 있다.

불의한 시대에서 비폭력 저항의 가치를 일깨운 인도의 모한다스 간디(Mohandas Gandhi)는 우리가 정의와 진리를 추구하는 순간에도 폭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누군가에게 진리로 보이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류로 보일 수 있기에, 진리를 추구하는 일이 그 누군가의 적에게 폭력이어서는 안 된다. 대신 인내와 연민으로 오류로부터 멀어지게 해야 한다.”

이제 시작되는 사순 시기와 함께 우리나라의 미래를 선택하는 대통령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경제적인 발전도 중요하지만, 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위한 선택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더 나아가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의견들이 존중되는 민주주의가 지켜졌으면 좋겠다. 갈라진 세상에서 인내와 연민을 잃지 않는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

강주석 베드로 신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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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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