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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시단검일보전진 / 박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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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단검일보전진(是短劍一步前進). ‘칼이 짧으면 그만큼 한 발자국 나아가라.’ 즉 환경을 탓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오늘날까지 살아오면서 저를 지탱해 주었던 좋은 문구 중 하나입니다.

치열하게 전개됐던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이때 저는 이 문구가 다시 한번 떠올랐습니다. 특히나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전쟁의 모습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신냉전의 파고가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신냉전은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한 축이라면,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다른 한 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북쪽(북한)과 우리나라 및 미국과의 갈등도 한 축이 될 것입니다. 크게는 서방세계와 사회주의권의 충돌이지만 막상 그 피해가 발생하는 전장은 개별 국가가 된다는 점이 비극일 것입니다.

사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으로 인해 우리의 판단은 쉽지 않습니다. 대륙국가와 해양국가 사이에 놓여 있는 우리의 형국이 어느 한쪽에 균형추를 옮길 수 없게끔 합니다. 속 시원하게 한쪽을 선택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외부환경에 의해 우리 입장이 신냉전 전선의 최전방으로 몰리게 된다면 감당해야 할 파고가 너무도 큽니다. 그래서 문제해결 차원에서 ‘시단검일보전진’ 하는 자세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칼이 짧다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우리 주도로, 우리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자세를 가져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들은 어쩌면 이 과정에서 “이집트에는 묏자리가 없어 광야에서 죽으라고 우리를 데려왔소?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 이렇게 만드는 것이오?”(탈출 14,11)라며 모세를 원망했던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을 우리 국민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외교안보 현실을 감안한다면 주님께서 “너는 어찌하여 나에게 부르짖느냐?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일러라”(탈출 14,15)라고 하신 것처럼 결단의 순간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결단이 가리키는 방향은 신냉전 전선의 최전방이 아니라 평화수호 전선의 최전방이 돼야 합니다. 비록 우리 심장의 나침반이 심하게 흔들린다 해도 이성의 나침반만큼은 평화에 고정돼 있어야겠습니다. 평화를 기원하는 형제들의 노력이 더욱더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박천조 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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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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