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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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봄볕처럼 오신 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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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님~ 오늘 미사 가실거에요?”
전화기에서 옆 동네 사시는 자매님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미사 시간 한 시간 전이면 어김없이 전화를 하셔서 버스가 자주 없는 저희를 태우고 성당에 가십니다. 늘상 도움주시는 그 마음이 고맙고도 죄송해서 어느 날은 말없이 버스를 타고 성당에 오곤 했습니다. 그러면 미사가 끝나기가 바쁘게 나오셔서 저를 찾고 다니십니다.

저는 다시 자매님과 형제님의 차를 타고 집에 옵니다.

“왜 우리 차 안타요? 우리가 하늘에 가면 쌓아놓은 건 없어도 차량봉사 했다고는 말할 수 있어요.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타세요”라고 하시며 저를 편하게 해주셨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비 맞고 기다리지 말아요. 집 앞에 가서 빵! 하면 나와요~”
추운 겨울날이면 “날씨가 많이 추워요. 떨지 말고 안에서 기다리세요”라며 수년간 세심하게 마음 써주셔서 성당 다니는 길이 참으로 따듯했습니다.

강원도 산골의 작은 성당. 이곳에서 자매님은 성가대에서, 형제님은 전례부에서 수년간 마음을 다해 봉사해오셨습니다. 늘 묵주를 손에 쥐고 계셨고, 오가시는 길목에 있는 쉬는 교우나 아픈 사람의 집이 보이면 ‘이 가정을 돌봐주세요’라고 화살기도를 꼭 쏘아주셨습니다.

저에게 친언니처럼, 아버지처럼 대해 주셨던 자매님과 형제님께서 작년 겨울, 자녀들이 가까이 있는 도시로 이사를 가셨습니다. 항상 마음을 다해 이웃을 챙기고, 진심으로 기도해 주시는 자매님, 형제님의 빈자리를 보니 알겠습니다. 저에게는 사람으로 오신 성모님이시고 예수님이셨습니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살아오며 기도와 사랑으로 부족한 저에게 힘이 되어주셨던, 천사로 다가오신 모든 분들께 마음 가득 담은 기도로 더없이 고마운 이 마음 전합니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늘 평화가 함께하길 기도드립니다. 아멘.

박필여(크리스티나·춘천교구 인제 기린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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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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