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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그림자가 이 세계의 경계를 넘어
심연에 가닿는 듯한 석양의 시간이 오면,
하루 일을 정리하는 식구들 사이에서
아이는 홀로 지붕에 올라 하늘을 바라본다.
점점이 밝아오는 별빛이 눈동자에 반짝이고
작은 몸 안에 고요히 무언가가 스며든다.
아이들에겐 혼자만의 비밀스런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는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무얼 꿈꾸는지,
자기 안에 살아있는 신성이 깨어나는 시간,
어둠 속 별의 지도를 읽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박노해 가스파르(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