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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하느님으로 향하는 길(홍진호, 제노, 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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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독일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귀국 독주회를 시작으로 오케스트라 활동, 예술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강의까지 종횡무진 바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사회인으로서 첼로 연주자 생활은 음악에만 집중하면 그만이었던 유학생의 생활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고, 당시만 해도 세상 물정을 전혀 몰랐던 터라 낯설고 고된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도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오스트리아 빈으로 날아가 실내악 연주자 과정 입학시험을 보고 학교 등록까지 하는가 하면, 마침 러브콜이 있었던 체임버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기로 결심하고 독일로 되돌아가는 등 정착하지 못해 방황하는 나날들을 꽤 긴 시간 동안 보냈습니다.

그런 저를 한국에서 정착하도록 도와주었던 건 다름 아닌 종교의 힘이었습니다. 마음 둘 곳이 필요했던 저는 오랜 과제를 풀듯 마침내 성당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릴 때부터 성당을 드나들고(?) 하느님을 가까이 느끼며 살았지만, 정식으로 교리를 듣고 세례를 받지 않았던 저로서는 큰 용기가 필요했던 일입니다. 6개월의 예비자 교리를 통해 들었던 다른 교우들의 삶의 이야기와 하느님 말씀은 혼자서 감당하고자 했던 고통과 시련이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하느님의 말씀을 접할 때 얼마나 삶에 큰 위로가 되고 버팀목이 되는지 가슴 깊이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교리 기간 출결 사항으로 불안했던 순간들도 많았지만,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치도록 도와주신 담당 수녀님께서 고생이 많으셨지요. 마침내 2018년 6월 17일 저는 제노(ZENO)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아 가톨릭 신자가 되었고, 여전히 출결 사항이 형편없는 부끄러운 신자지만 기쁘고 힘든 순간에 가장 먼저 주님을 부르며 하느님께로 향하는 길을 기쁜 마음으로 찾아가는 중입니다.

신앙을 찾고 저는 놀라운 일들을 많이 체험했습니다. 클래식 음악만을 향해 걸어가던 중에 만난 낯선 세계의 음악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밴드의 음악까지 하게 됐지요. 클래식 악기, 클래식이라는 음악 장르를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지원했던 JTBC ‘슈퍼밴드’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우승은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을 더욱 사랑하게 해줬고, 첼로 연주자로서의 책임감 또한 무겁지만 기쁘게 감내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말씀의 이삭’ 코너에 글을 기고하도록 제안을 받았을 때 신앙심이 턱없이 부족한 제가 감히 주보에 글을 실어도 괜찮을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진솔하게 털어놓았던 5월 한 달간의 저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작은 행복이 되었기를 바라며 저의 마지막 이야기를 이렇게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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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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