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누구예요?”
“김수환 추기경이요? 몰라요.”
지인의 초·중·고 자녀들에게 김수환 추기경을 아는지 물어봐 달라고 부탁했다. 요즘 아이들이 김 추기경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마 하는 마음에 확인을 해본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절반 이상이 김 추기경을 모른다고 했다. 천주교 신자 가정의 아이들에게만 물어봤는데도 이렇다.
김수환 추기경을 안다고 한 아이들은 예비신학생이거나, 가톨릭계 학교에 다녀서 배운 적이 있거나, 인중이 길어 추기경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나마도 추기경의 이름과 얼굴만 알 뿐, 추기경이 어떤 분인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안타까웠다.
1969년 한국인 최초로 추기경에 서임된 김수환 추기경은 종교 지도자를 넘어 국민의 존경을 받는 어른이었다. 추기경은 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했고,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헌신했다. 스스로를 ‘바보’라고 부르며 모든 이에게 ‘밥’이 되고자 했던 목자.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두 눈을 내어주며 생명나눔을 몸소 실천했다. 2009년 추기경이 선종했을 때 조문 행렬이 명동대성당을 넘어 명동역 일대까지 길게 이어진 것도, 장기기증 열풍이 불었던 것도 추기경이 남긴 사랑의 발자취 때문이었으리라.
올해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맞아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김 추기경의 시복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추기경을 추모하는 행사도 좋고, 시복을 추진하는 논의도 좋지만, 정작 다음 세대인 아이들에게 추기경을 알려주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쉽다. 김수환 추기경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추기경의 정신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자세히 알려줘야 한다. 아이들을 ‘작은 김수환’으로 만드는 일은 살아있는 교육인 동시에, 추기경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더없이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