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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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길을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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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아프고 슬픈 것이다
마음이 아무리 단단한 사람이라 해도
다른 사람이 아프고 슬프면
저절로 아프고 슬픈 것이 사람이다

살다 보면
혼자 새벽녘까지 아픔을 삭이기도 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가슴에 안고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는 것이다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하는 일마다 만신창이로 꼬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흐르는 개울물처럼 때론 강물처럼
그렇게 그렇게 살아 내는 것이다

둘레를 살펴보면
겉은 멀쩡해도 속은 하도 너덜거려
꿰매기조차 어려운 사람이 밤하늘 별 만큼이나 많다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고,
인간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가 아닌 것이다

먹고살기 바쁜데 아프고 슬퍼할 틈이 어디 있나요?
어차피 내가 넘어야 할 산이라면 참고 견뎌야 하잖아요
길이 있다면 당당하게 찾아가야 하잖아요

셋방살이에 병든 어머니 섬기며 살아가는
어느 청년이 툭 내뱉은 말을 끄집어내지 않아도
세상은 충분히 아프고 슬픈 것이다
그래도 끝끝내 살아 볼만한 것이다

소낙눈 쏟아진 서울역 앞에서
깔끔하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자신이 입고 있던
긴 방한 점퍼를 벗어 노숙인에게 입혀 주고,
장갑도 벗어 주고,
5만 원짜리 지폐까지 쥐어 주고 가는 신문 기사가
사람들의 가슴을 봄날처럼 따뜻하게 하지 않던가

세상엔 따뜻한 사람이 많다
남의 아픔을 자기 아픔처럼
함께 울어 주는 사람이 밤하늘 별처럼 많다
많고말고
그러니, 그러니까, 어떤 처지에서도
작은 꿈조차 허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우리 함께 앞으로 앞으로 걷다 보면,
길이 없는 곳에서도 길을 찾게 될 것이고
그 길이 바로 희망이 되지 않겠는가
서정홍 시인(안젤로·마산교구 합천본당 삼가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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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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