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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어머니 땅, 형제 작물 /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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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아름다워라 어머니신 땅과/ 과일과 꽃들 바람과 불/ 갖가지 생명 적시는 물결~”

제2의 그리스도라 불리는 성 프란치스코. 기후위기가 심각한 전 세계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다시금 그의 영성이 주목받고 있다. 자연을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라 불렀던 성 프란치스코. 800년 전 아시시에서 그의 모습이 망종 무렵 만난 농민 한계수씨에게서 비춰졌다.

“이상기온으로 저들이 힘들어 하는 게 가장 문제지.”

한씨는 작물들을 ‘저들’이라 가리켰다. 주체가 내가 아니라, 작물들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다. 마치 하나의 인격체처럼 대했다.

새와 노래하고 늑대와 대화하고 자연을 형제자매로 찬미했던 프란치스코. 그도 처음에는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수많은 이들이 그와 함께 그리스도를 따랐다.

20년간 유기농법을 고집하고 있는 한씨. 그는 잡초도 나름대로 역할이 있다며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고된 수고에 비해 수확량이 많지 않고 자본주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할 따름이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옳았다. 자연과 작물들을 우리 인간을 위한 필요로만 생각했을 때 모든 문제가 발생함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이상기온과 끝 모를 가뭄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농민들. 하지만 정작 가장 힘든 건 인간 때문에 피해 입고 있는 땅과 작물들 아닐까.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미’냐며 작물들을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한씨에게서 800년 전 자연 안에서 자연과 함께 하느님을 찬미했던 프란치스코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박민규 가롤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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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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