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금요일 그리고 주일 아침이면 주교좌명동대성당 내 옛 계성여중·고 운동장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무료 급식소 바닥에 매트를 깔고 대형 텐트를 움직여 식당을 만듭니다. 의자와 테이블을 차리고, 가림막을 말아 올려 창문을 만들고, 입구를 만들어 여름에는 선풍기, 겨울에는 온풍기로 더위와 추위를 막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저는 사랑의 씨튼 수녀회 소속으로 평소 여성 노숙인에 관심이 있었는데, 제게 다른 소임이 있어서 노숙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를 찾다가 주보를 보고 명동밥집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021년 1월 6일, 첫 도시락을 나눌 때는 땅이 꽁꽁 얼어 엄청 추웠습니다. 코로나19로 조심스러웠지만, 다른 무료 급식소들이 코로나로 폐쇄된 상황이라 더는 미룰 수 없어 도시락부터 나눠 드렸습니다. 이후 5월 5일부터 현장에서 직접 급식을 준비했는데, 무척 더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뻤습니다. 도시락보다는 따뜻한 밥을, 업체에서 주문한 음식보다는 직접 만든 국과 반찬을 드렸기에 드리는 저희도, 받는 분들도 흐뭇했습니다.
저에게는 교황님께서 말씀하시는 ‘시노달리타스-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을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명동밥집’입니다. 시노드의 주제인 친교, 참여, 사명을 더 깊이 체험하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신 주님을 모시며 교회의 각 지체로서 사명을 수행하는 곳. 이 가운데 가장 놀라운 것은 평신도의 헌신적인 참여입니다. 의정부, 인천을 비롯한 곳곳에서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와서 기쁘게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하시는 평신도 형제자매님들을 보며 감탄하곤 합니다. 봉사자 중에는 개신교 신자들도 있습니다. 또한, 노숙자분들께 존칭어를 사용하시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시며 끝까지 남아 바닥 청소를 하시는 신부님들의 모습도 수도자인 저 자신을 재촉하는 아래로부터의 영성을 실천하는 모습들입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살아계시는 성령을 통하여 한 가지의 목적을 위해서 함께 일하며 느끼는 ‘일치’는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는 곳에서만 가능한 친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성 빈첸시오께서 ‘가난한 이들이 우리의 주인’이라고 하신 말씀처럼 명동밥집에서 만나는 노숙인들이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갈 길잡이라고 여깁니다. 때로는 엄청 많은 식사량에 걱정도 되고, 두 번씩 오셔서 난감한 생각도 들지만, 여기서 드시는 식사가 하루 음식의 전부인 분들도 많으시다는 말씀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기도와 도움으로 이어져 온 명동밥집에서 시노달리타스의 현장을 체험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명동밥집이 필요 없는 때가 오기를 희망하면서 저희가 누리는 평화를 나누기 위해 여러분들을 명동밥집으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