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친구들에게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을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일청년교류에 참여한 21살 일본인 청년이 담담하게 건넨 말이다. 한국에 와서 다른 청년 신자들과 어울리며 용기와 자긍심을 얻었다니 무척 기뻤다. 한편으론 박해시대도 아닌데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을 밝히기 힘들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일본 교회 현황을 보면 그런 마음이 드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통계상 인구 약 10가 신자인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가톨릭은 교세가 작다. 일본 열도를 통틀어 전체 신자가 총인구의 0.5가 채 안 된다. 그마저도 상당수는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인이라는 말이 있다. 청년의 고향인 히로시마교구도 신자 비율이 고작 0.3에 불과하다고 한다. 청년은 이 같은 소수자 처지에도 꿋꿋이 신앙을 지켜왔다.
기특하면서도 존경스러웠다. 그의 이런 모습이 일본 교회 그 자체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세는 작지만 일본 교회는 오랜 역사와 저력을 지녔다. 가톨릭 신앙이 들어온 시기는 한국보다 일렀다. 이미 16세기에 가톨릭을 믿는 기리시탄(그리스도교인) 다이묘(영주)들이 있었다. 그만큼 박해의 기간도 더 길었다. 내전에서 승리해 권력을 잡은 도쿠가와 가문은 1614년 ‘기리시탄 금교령’을 내렸다. 그로부터 300년 동안 참혹한 박해가 벌어졌다. 2만 명이나 순교했다. 이 가운데 성인은 42위, 복자는 393위에 이른다.
그 기나긴 고통의 세월 속에서도 신앙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살아남은 이들은 불교 신자로 위장하고, 외딴 섬에 숨어 살며 신앙을 지켜냈다. 오직 그리스도만을 바라보며 고통을 이겨낸 숭고한 그 모습은 우리 신앙 선조들과도 닮아 있다. 한국과 일본 교회는 모두 자랑스러운 순교자의 후손이다. 그 앞에는 국경도 정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