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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교구 정성환 신부가 세모녀 사건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
“신천동본당 주임으로 있을 때 주민센터에 가서 여기에 우리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자료를 보여주면서 방문을 해보라는 겁니다. 그런데 몇십억 원씩 하는 아파트 단지에 있는 부자동네에 이런 사람이 살 거라는 생각을 못 했을 정도의 놀라운 삶을 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서울대교구 제4 종로지구장 정성환 신부는 1일 한국종교사회복지협의회가 구세군회관에서 개최한 긴급토론회에서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풀어놓았다. “이혼한 40대 남성이 자신은 심한 병에 걸렸는데도 조카 둘과 자기 자식 둘, 그리고 어머니를 밤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부양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이 사람이 어떻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받겠냐?’고 했더니 ‘받겠다’고 했습니다. 당장 모금을 해서 수술비를 지원해줬고 지금도 매달 생활비로 60만 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 사람들 찾는 시스템 구축해야
그러면서 종교계가 취약계층을 찾아내는 그물망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교계가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찾아 나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공적으로 더 확대해서 모든 성당과 교회, 사찰 등에서 그러한 일을 하고 그것이 체계화된다면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어 “정부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시설 중심으로 자꾸 복지를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종교가 그 보완적인 관계에 따라서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신부는 “종교계와 정부가 협력할 수 있는 건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교회는 이미 ‘하느님은 사랑입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사회복지를 개종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겁니다. 모든 종교계와 정부·지자체가 파트너십을 이룰 수 있는 건 휴머니즘 때문입니다. 오직 사랑만이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지구 사회사목분과 모임 활성화
가톨릭교회가 특별히 세모녀 사건을 계기로 사회복지분야에 대해 신경 쓸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교구 사회사목국 내에는 생태영성학교도 있고 우리농학교가 있고 환경사목위원회에는 환경학교가 있는데 사회복지학교만 없다”며 체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본당에 사회사목분과 위원들이 있는데 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체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지금 서울대교구는 전담 지구장제도를 도입했으니까 지구에서 사회사목분과장 모임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그런 부분들이 체계화됐을 때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정 신부는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가던 나그네가 강도를 만나 쓰러져 있던 걸 보고 그를 구해 여관에 데려가 주인에게 돈을 주고 간호를 부탁한 착한 사마리아 사람을 예로 들며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강조했다. “예수님은 길 잃은 양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길 잃은 양 가운데는 가는 길을 몰라서, 사회에서 도태돼서, 또 한눈팔다가 길을 잃은 양이 있습니다. 그런 양들을 왜 찾아 나서야만 했을까요? 사회복지 체계 안에서 신청주의에 입각하게 되면 너무 엄격해서 사각지대가 생기게 됩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종교사회복지는 바로 그래야 합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