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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리더의 조건, 말(최영일, 빈첸시오,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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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문제다. 요즘 말이 논란되니 하는 말이다. 말이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이렇게 되어있다.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쓰는 음성기호. 곧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목구멍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가리킨다.

우리 인간은 긴 역사를 거쳐 목을 사용해 소리를 조절하여 의사를 주고받는 소통방식을 발전시켜왔다. 개인 간 소통을 넘어서 미디어를 통해 말, 즉 음성을 전달하는 분야는 연설, 뉴스보도, 토론, 토크쇼, 말에 음악을 더한 노래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사운드 미디어 산업은 방대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그런데. 지도자가 비속어를 썼다는 장면이 보도되었고, 이런저런 해석과 주장, 해명에 이은 해명, 또는 변명, 우리 편, 또는 상대편의 공격과 방어가 몇 날 며칠 이어졌다.

상대국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하느냐 마느냐, 아니라면 그렇게 들린다는 말은 본시 어떤 표현이었던 것이냐 등등.

이 문제의 말은 목구멍에서 나왔으니 도대체 목구멍은 왜 그런 말을 냈단 말인가.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소리는 목에서 나왔지만, 그 표현의 구상과 발상은 머리에서 왔음을. 생각이 목의 소리를 통해서 표현되는 것이 말이다. 따라서 말 이전에 생각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 선후가 바뀌게 되는 것이 우리는 타인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기에 그의 생각을 알 수 없다. 따라서 말로 표현된 만큼만 그를 이해할 수 있고, 또 그의 말이 생각과 다른 거짓인 경우 진의를 파악하는 데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한 조직, 한 사회, 한 국가 등 공동체의 리더가 구성원들과 온전한 소통을 하지 못하고, 뜻과 표현이 어긋나거나 모호하거나 일치하지 않을 때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리더가 공동체에 제시해야 할 비전, 목표, 방향성을 구성원마다 달리 이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의 메시지는 명료하고 명확할수록 좋다. 역사 속에 명언으로 남은 메시지들이 그렇다. 때로 비유적인 표현이 있는 것도 그저 멋들어져서가 아니라 머릿속에 그림을 떠올리고 공유하는 데 적확하였기 때문이다.

의미론, 공동체가 함께 움직일 목표와 과정을 제시해나가는 뜻, 생각의 내용 측면에서는 그러한데 생각과 말의 영역에서는 또 한 가지 유념할 것이 형식이다. 사람들은 리더의 말의 형식에서 인격과 품성, 또는 인성과 품격을 요구한다. 때로는 꾸며낸 고상함이나 과장된 우아함이 웃음거리가 된다. 과유불급, 지나치지 않은 적정선(이것도 어려운 일이지만)에서 민주적이고, 구성원을 존중하며 아름답고 다듬어진 언변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한다. 내용이 좋아도 형식이 구차하면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실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문제가 되고 파장이 컸던 발언은 ‘내용’을 다툴 일이 하나도 없다고 본다.

‘미 의회가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대통령 체면 구겨서 어떡하나’였든 ‘우리 국회가 승인 안 해주면 (내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면이 안 서 어떡하나’였든 대통령이 혼잣말로, 참모에게 충분히 꺼낼 수 있는 이야기다. 문제는 ‘XX’ 욕설 딱 한 단어, 두 음절이다. 그것이 리더의 생각, 인성, 품격에 의구심을 제기하게 하면서 쓸데없이 비생산적인 논란과 논쟁을 불러왔다. 리더의 생각과 말은 이렇게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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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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