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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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산골에서 정비공·간호사·교사 등 ‘만능인’ 선교 사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동티모르 세바스티아노 고메즈수도원 원장 황석모 신부, 자원해 2016년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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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석모 신부가 동티모르 젊은이들과 함께한 모습. 황석모 신부 제공




“선교는 삶이자 순례입니다. 선교지의 형제자매들과 가족이 되어 살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바로 응답하는 것, 그것이 선교사의 사명입니다.”

그는 2016년 동티모르 선교사를 자원해 떠났다. 2014년 당시 수도회 총원장으로서 동티모르 진출을 주도했던 그가 임기를 마치자마자 선교지에 직접 파견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만 50세 되던 해이다. 인구 130만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동티모르. 해발 1500m 아일레우 레퀴도에 지역의 산꼭대기에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동티모르 세바스티아노 고메즈 수도원 원장이자, 마을 신자들의 목자로 7년째 살고 있는 황석모(요한 세례자) 신부다.

우리나라 강원도 크기만 한 동티모르는 오랜 내전의 아픔과 가난이 존재하는 땅이다. 그럼에도 인구의 97가 가톨릭 신자로, 신앙심만큼은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전통문화와 결합돼 보존되고 있다.

“동티모르가 눈에 들어왔어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정신과 영성으로 아시아 지역에 공헌하고, 성소자도 계발하자고 계획하던 차였죠. 2014년부터 동티모르 딜리대교구에 의사를 타진한 끝에 2016년 공식 진출했죠.”



산간 지역이어도 신자 8000명

황 신부와 형제 사제, 수사들이 사는 곳은 산간 오지 마을. 해발 1500m에 자리한 본당이 사목지이고, 본당 사제관이 수도원이다. 산악용 차량 없이는 갈 수도 없고, 흔한 이정표도 하나 없다. 화전을 일구며 사는 마을 신자들은 대나무와 흙벽돌로 된 집에 살면서도 본당 주보 성인 축일이나 대축일 등 기념일이면, 성당 마당에서 며칠이고 텐트를 치고 숙식하며 크고 성대한 축제를 펼치며 살아간다.

이곳에서 황 신부는 본당 주임 김민조(하상 바오로) 신부와 매 주일 본당이 관할하는 7개 공소를 나눠 방문해 미사를 봉헌하고, 평일에는 본당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산간 지역이라고 얕보지 마시라. 본당 신자 수만 8000명에 달한다.

“저희가 갔을 때 이곳은 아일레우본당 관할 선교 본당이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공소 미사를 주례하고, 본당이 발전하면서 2018년 준본당으로, 다시 이듬해 본당으로 승격했습니다. 공소 가운데엔 내전 후 24년 만에 처음 미사를 봉헌하게 된 곳도 있고요. 한국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을 주보 성인으로 모시는 공소도 생겼습니다. 성모 성월에는 성모님 순례와 미사가 공소마다 2박 3일씩 7곳에서 한 달 내내 펼쳐집니다.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고, 산 위의 온 마을이 그야말로 성모님을 찬양하는 축제의 장이 됩니다.”

황 신부의 역할은 셀 수 없다. 사제, 수도자, 정비공, 간호사, 건축가, 본당 보좌, 한국어 교사…. “신부님! 아이 손가락이…”, “신부님, 사고가 났어요!” 이틀이 멀다 하고 산지 곳곳에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신자들의 차량이 사고가 나 있거나, 아이들이 다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일상 어려움이 끊임없다. “신부님, ‘천사 미사’를 집전해주세요.” 갑작스레 하늘나라로 떠난 갓난아기를 위한 장례 미사 요청에서 황 신부는 삶과 죽음을 잇는 이들의 신앙의 깊이를 도리어 배우기도 한다.

어려운 가정을 위해 본당은 때마다 가정당 3000달러씩 들여 집을 새로 지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수도회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교육 환경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부님들과 상의했죠. 6대 4는 돼야 한다고요. 우리의 노력 6, 나머지는 주님께 맡기는 겁니다.”

황 신부는 “그들의 어려움과 요청에 즉각 응답하는 것이 선교이며, 그들이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순간은 지금 이 시간”이라며 “모든 상황을 다 따지고 난 뒤에 함께하겠다고 하면 늦을뿐더러, 그들에겐 가혹한 일이 되기에 항상 그들의 요청에 응답하고 함께하는 삶이 행복하다”고 했다.

수도회는 이 같은 응답으로 지난해 가르멜 성모 고등학교를 건립했다. 교무실, 컴퓨터실, 대강당 등을 갖춘 신식 고등학교가 산꼭대기에 지어진 것이다. 여학생 기숙사도 지었다. 많은 후원자와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 등 같은 지향을 가진 이들의 도움이 컸다. 대학 진학률이 급상승했고, 많은 아이들이 타지에서 산 위로 유학을 오고 있다.



중학교 건립 추진 중, 지원 필요

이어 수도회는 현재 소화 데레사 중학교 건립을 추진 중이다. 현지 신자들도 땅을 정비하고, 축대 쌓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데, 공사비만 2억 8000만 원이 든다. 6개월씩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날씨 속에 특히 우기 때엔 수업을 아예 중단하는 등 어려움이 컸던 터였다. 산 아래 지어질 중학교 또한 학문을 배워 진리를 깨닫고, 동티모르의 희망이 될 아이들을 위한 배움의 요람이다.

“작은 학교 지어주고 졸업장만 주자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진짜 희망과 꿈을 심어줄 수 있는 곳, 그 꿈으로 사회를 변화하도록 해주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고등학교도 이미 정원을 넘겨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고, 장학금도 받으며 한국어도 배웁니다. 기적입니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해 한국 기업에도 취직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초라해도 예수님이 계시기에 성당이고, 저희가 있기에 수도원인 겁니다. 아이들에게 희망이 가득한 학교 건립에 작은 정성이 보태지면 좋겠습니다.”

후원 계좌 : 하나은행 220-890023-89804, 예금주 : (재)천주교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문의 : 02-744-4702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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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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