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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도중 최현순 교수가 환하게 웃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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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안집 작성에 참여한 위원 24명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앞줄 왼쪽 첫 번째가 최현순 교수. 최현순 교수 제공 |
“시노드를 하면서 여러 의견이 나왔어요. 그러면 우리는 이 의견들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 것인가 이것을 봐야 하거든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한국 가톨릭교회의 관심 자체가 너무 급속도로 식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자들 목소리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가
최근 6개 대륙에서 선발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위원들과 함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차 의안집 작성 작업에 참여하고 돌아온 최현순(데레사, 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는 “그동안 어떤 작업을 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소위 말하는 쟁점, 예를 들어 여성 사제 문제가 있잖아요. 이런 쟁점을 어떻게 다뤘는지 관심을 두기보다는 신자들이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여기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목소리를 교회 안에서 어떻게 실현해 나갈 수 있는지 주목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9월 22일부터 10월 2일까지 이탈리아 로마 근교 프라스카티(frascati)에서 세계 각 지역 교회가 제출한 200여 건의 시노드 의견서를 검토, 토의한 뒤 1차 의안집(Primo Instrumentum Laboris) 작성에 참여했다. 그는 이 과정을 식별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했던 작업은 경청하고 식별하는 작업이에요. 그러니까 각 지역 주교회의 보고서 속에 있는 하느님 백성 소리를 듣고 식별하는 작업을 거쳐 문서로 만드는 거죠. 1차 의안집이 나오면 전 세계 주교회의에 보내게 됩니다.”
최 교수는 지역 교회에 전달된 1차 의안집은 다시 경청의 과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가 전 세계 백성들의 소리를 이렇게 듣고 이렇게 식별했습니다’라는 것을 되돌려주는 과정입니다. 각 지역 주교님들이 이걸(1차 의안집) 보고, 그다음에 각 지역 차원에서 올라왔던 보고서를 같이 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갈 것인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어떤 것은 지역 교회의 고유 문제일 수 있습니다. 또 보편 교회와 관점이 같았다면 더 힘을 내서 갈 수 있는 거고요.”
24명 학자 참여, 4일간 기도·회의 강행군
1차 의안집 작성에는 전 세계에서 모두 24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전 세계의 목소리를 듣는 게 목적이니까 인원을 골고루 나눴습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서 같은 문헌이라도 다르게 보기 때문입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6명, 아시아 4명, 아프리카ㆍ남미ㆍ북미ㆍ오세아니아가 각 3명, 그리고 동방 교회에서 2명이 왔습니다. 9명이 평신도였고 나머지는 교구 사제와 수도자였습니다. 주교님도 4명이 참여했습니다. 여성은 모두 9명이었습니다.”
최 교수는 토의 과정은 조별로 진행됐지만 수시로 조를 바꿔 논의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위원 중에는 교회 신학자, 성경 전문가, 교회법 전문가, 교회 커뮤니케이션 학자도 있었습니다. 다 박사들입니다.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 주교가 다 같이 토의했고 조를 바꿔가면서 회의를 했습니다. 주교님들도 그냥 앉아서 구경만 한 게 아니라 우리랑 똑같이 문헌을 검토하고 토의에 참여했습니다.”
2차 의안집 작성 후 본회의 의안집 확정
교황청은 10월 중에 제1차 의안집을 지역 교회에 전달하고 대륙별 논의 단계를 거쳐 피드백을 받은 후 2차 의안집을 작성하게 된다. 이어 교황청 관련 위원회의 검증을 거치면 2023년 10월 교황과 주교단이 참석하는 세계주교시노드 본회의 의안집으로 확정된다.
최 교수는 1차 의안집 작성을 위한 작업은 입술이 부르틀 정도의 강행군에 경제적 보상도 없지만 참여 그 자체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의하고 기도하는 강행군이었습니다. 4일째 되니까 입술이 다 부르텄습니다. 저희에게 주신 상은 프란치스코 교황님 알현이었습니다. 교황님이 주일에는 알현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지팡이를 짚었지만 짧은 말씀도 해주시고 너무 좋았습니다. 의안집 작성에 참여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