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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교구 ‘꾸라또르’ 김명섭 신부가 대신학교 신학생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지난 8월 서울대교구 교구장 특임사제로 신설된 ‘꾸라또르’(Curator), 교구 내 사제들의 영적 돌봄이나 고충 상담 등을 하는 신부다. 이런 이유로 ‘사제를 위한 사제’라고도 불린다. 이름마저 낯선 꾸라또르에는 대신학교에서 신학생들의 생활 지도를 하는 김명섭 신부가 임명됐다. 한국 교회 1호다. 그는 “인사발령이 나기 두 달 전쯤 정순택 교구장으로부터 해당 직책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들었다”며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난감했지만, 기본적으로 교구장에 대한 신뢰를 우리 신부들이 다 갖고 있다는 것을 믿어서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영광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임명된 지 한 달째, 꾸라또르 사제의 일상은 어떨까? 김 신부는 “교구장께서 교구 신부들에게 전체적으로 서신을 보내고, 휴양 중인 신부들도 챙겨달라고 부탁하셔서 그분들에게는 제가 따로 문자를 돌렸다”며 “현재까지 서너 분이 상담을 요청해서 진행했다”고 했다. 상담의 방식은 다양하다. 상담을 요청한 사제의 상황에 따라 대면은 물론이고 전화나 이메일과 같은 비대면 방식도 가능하다. 가볍게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하거나 식사를 하며 진행할 수 있고, 다소 깊은 이야기가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면담 공간도 명동에 마련했다.
상담을 통해 나온 이야기는 비밀이 원칙이다. 그러나 상담을 신청한 사제의 요청에 따라 교구장에게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연결해주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김 신부는 “이제 막 시작해서 정해진 매뉴얼은 없지만, 제가 ‘사제의 편’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며 “선입견 없이 이야기 나누고 공감하며 동행할 수 있도록 사제의 편의에 따라 시간과 장소 모두 맞출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교구장께서도 면담 내용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며 철저한 비밀 보장을 강조했다.
김 신부는 “사제도 사람인지라 신자와 마찬가지로 나름의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며 “꾸라또르는 문제가 있는 사제를 계도하고 치유하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든 저를 찾는 데 거리낌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부들이 어려움이 있을 때 제때 그것을 해소하고 행복한 사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소임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