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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관광지가 된 옛 성당들(김세원, 안셀모, 울산대 미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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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성당들을 사진에 담다 보니 간혹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이 그 중 어느 성당이 가장 아름답냐고 묻곤 합니다. 저는 모든 성당이 다 아름답다고 답을 하는데, 실제로 우리나라의 옛 성당들은 모두 아름다운 건축물입니다. 아파트나 고층 빌딩 사이에 자리한 옛 성당의 고풍스러운 이미지는 물론이요, 종탑에서 풍기는 아우라는 누구라도 가던 길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꺼내 셔터를 누르게 만듭니다. 요즘은 일부러 찾아가서 추억 만들기를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포토존이 되어버린 성당들이 많습니다.

명동대성당은 1년 내내 관광객들로 붐비는 대표적인 성당입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서 있기도 하거니와 한국 천주교회가 태동한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성당이다 보니 신자, 비신자 할 것 없이 북적입니다. 제7대 조선대목구장 블랑(Marie Jean Gustave Blanc) 주교님은 조선 정부가 제기한 토지 문제로 성당 신축에 어려움을 겪으셨고, 성당 설계자인 코스트(Eugene-Jean George Coste) 신부님은 성전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선종하셨죠. 공사 중에 종탑이 무너져 내리는 등 난제에 부딪히기도 하였지만, 축성식에는 3000여 명이나 몰렸다고 하니 당시에도 대단한 건축물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전주 한옥 마을 내에 있는 전동성당 역시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입니다. 그런데 전동성당 신축 역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이 순교한 자리에 보두네(Francois Xavier Baudounet) 신부님이 성당 신축을 시작했는데, 건축 비용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했지만 자금을 도난당했고, 본당 회장의 도박 사건 등으로 공사가 몇 차례 중단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보두네 신부님 역시 성전 외형만 건립한 채 눈을 감으셨습니다.

강원도 산골짜기에 들어선 풍수원성당도 어려움이 이에 못지않았습니다. 풍수원 신자들은 벽돌을 이고 나르느라 정수리 머리카락이 다 빠졌다고 하고, 전동성당 신자들은 밥솥을 들고 와 밥을 해 먹으며 성당 건축을 거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성전들은 사제와 신자들의 열정과 기도가 밑거름이 되어 기둥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요즘 우리는 성당 앞에 서서 한 장의 사진에 추억을 남깁니다. 깔깔깔 웃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리며 김치, 치즈를 연발합니다. 드라마와 영화의 무대가 된 성당들은 더 심하죠. 하지만 성전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그 앞에서 사진만 찍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우리 성당이 하느님께 어떻게 봉헌되었는지 한 번쯤 기도 속에 묵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저도 출사에 앞서 이 나라에 성전을 세우신 신앙 선조들에게 기도를 먼저 드려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들의 피가 저희를 함박웃음 짓게 만드셨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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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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