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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에 성 김대건 사제상 제작하는 조각가 한진섭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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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김대건 성인 상 모형. |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각을 시작한 것부터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것까지 최종적으로 이 작업을 하라고 모두 계획된 일 같아요.”
모든 것은 하느님의 계획그 신비의 끝에 놓인 작업은 바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벽감에 성 김대건 신부의 조각상을 설치하는 것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최근 “성 베드로 대성전에 한국의 성인상이 봉헌돼 설치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유흥식 추기경님의 제안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화답으로 성사된 기쁜 일”이라고 전했다.
3.7m 높이의 카라라 대리석으로 제작될 김대건 신부 성상은 한국의 전통 의복인 갓과 도포, 영대를 착용한 채 두 팔을 벌린 모습이다. 이를 구상하고 직접 제작할 조각가는 한진섭(요셉)씨다. 한 작가는 홍익대 미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81년부터 이탈리아 카라라국립미대 조소과에서 수학했다. 이탈리아에서 생활한 10년간 고종희 교수(한양여대)를 만나 아이들을 낳고 요셉과 마리아로 세례도 받았다. 최근에는 대전교구청에 김대건 신부 조각상을 제작했고, 그 전후로 한덕운 복자상, 정하상 성인상도 제작했다.
“10개월 전부터 모두 네 개의 안을 보냈어요. 지난 7월에야 교황청에서 몇 차례 회의를 했는데, 탈락되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까다롭게 묻고 점검하더라고요. 성전 외벽을 훼손해서도 안 되고 크레인도 들어갈 수 없는데, 제가 설치하는 방법까지 제시했더니 그제야 좀 인정해주더군요.(웃음)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것도 그렇고, 제 작업이 구상이긴 한데 단순화된 돌 작업이거든요. 좀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작업을 위해 지금까지 훈련과 연습을 시키신 게 아닐까 싶어요.”
성 김대건 신부 조각상이 설치되는 곳은 성 베드로 대성전 우측 외벽이다. 대성전에 들어가면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과 외벽을 사이에 두고 등을 맞대게 되는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위치 중 하나이고, 가장 눈에 띄는 외형일 것이다.
“시스틴성당의 천장화와 벽화를 보고 나와 큐폴라(지붕)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위치예요. 그 주변에 프란치스코 성인이나 도미니코 성인 등 수도회 설립자들만 세워져 있는데, 이제 전 세계인이 김대건 신부님을 보는 거죠.”
작업팀은 이미 꾸려졌다. 3.7m 높이의 조각상을 만들려면 대략 40톤 규모의 원석이 필요한데, 현지에서는 적합한 돌을 찾고 있고, 한 작가는 디테일한 교정 작업 중이다. 그가 작업할 곳은 카라라 외곽 피에트라산타다. ‘성스러운 돌’이라는 뜻으로 작가들의 작업장이 몰려 있는 곳이다.
제작 기간 1년 예상, 기도하며 작업 “11월에는 출국해야죠. 1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요. 카라라 지역의 돌은 찹쌀떡처럼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이에요. 입자가 작아서 만들고자 하는 형상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죠. 김대건 신부님을 공부하다 보니 무척 담대하시더라고요. 젊은 나이에 배짱도 있고 고집도 있고 추진력도 있고. 무엇보다 깊은 신앙심을 표현해야죠. 완성하면 아마 6~7톤 정도 될 것 같아요.”
김대건 성인상이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님을 안고 있는 피에타상과 벽을 사이로 등을 마주하게 된다면 한진섭 작가는 미켈란젤로와 이름을 맞대게 됐으니 얼마나 영광스러울까.
“잘해야 하는데…. 많은 기도를 부탁드려요. 누가 만들었느냐를 떠나 김대건 신부님 상이 거기 놓이는 게 대단한 거잖아요. 너무 고민하면 그 모습이 조각에 드러날 수 있거든요. 저도 기도하면서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