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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 봉사로 모후원 어르신들 “가을 바람 만끽”

수원 ‘평화의 모후원’ 60여 명 오랜만에 호수 산책 등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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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의왕 왕송호수로 나들이 온 ‘평화의 모후원’ 어르신들과 차량 봉사자 버스 기사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아유,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밖엘 통 못 나갔는데, 오랜만에 이렇게 바람 쐬니 정말 좋다. 고마워요, 기사님들!”

가을 하늘이 맑던 10월 24일, 경기도 의왕 왕송호수로 나들이 온 ‘평화의 모후원’ 어르신들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평화의 모후원(경기 수원시 장안구)은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가 운영하는 무료 노인요양시설이다. 이곳에 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어르신 60여 명 가운데 절반은 이날 봉사자 차량을 타고 나들이에 나섰다. 경기도 광역ㆍ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 휴무일을 맞아 몰고 온 자가용 11대다. 점심 직후 모후원에서 출발한 자동차 행렬은 20분을 달려 왕송호수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어르신들은 2시간 동안 버스 기사와 수도자들과 함께 호수공원을 산책하며 풍경을 감상했다. 푸른 호수를 배경으로 삼삼오오 사진을 찍고, 간식을 나눠 먹는 모습이 소풍 나온 아이 같이 천진난만하다. 장순근(요안나, 92)씨는 “코로나 때문에 자유롭게 못 다니고 집에만 있었는데, 이렇게 나오니 살 것 같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랜만에 꽃단장한 장씨와 친구 할머니들은 “예쁘다”는 칭찬에 소녀처럼 수줍어하면서도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몸이 불편해 걷기 힘든 어르신들도 차 트렁크에 휠체어와 보행기를 싣고 온 덕에 나들이를 즐길 수 있었다. 김항식(안드레아, 91)씨는 “일이 바쁘고 힘들 텐데 쉬는 날 이렇게 봉사해주는 게 참으로 고맙다”며 버스 기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인도 출신인 평화의 모후원 원장 그레이스 수녀도 “이런 나들이가 모후원 안에서만 지내며 답답해 하는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을 행복하게 해줘 아주 기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날 봉사한 버스 기사들은 특정 단체 소속이 아니다. 모후원에서 10년 넘게 목욕 봉사를 했던 이기수(스테파노)씨와 동료 기사 3명이 알음알음으로 모은 이들이다. 신자도 있고, 비신자도 있는 데다 소속 회사도 서로 다르다. 김영만(미카엘)씨는 “본당에서 장수 사진 촬영 봉사는 해봤는데 이렇게 차량 봉사를 하기는 처음”이라며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하고, 부모님 생각도 난다”고 말했다. 이경호씨도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어르신을 돕고 싶어 봉사에 참여했다”며 “쉬는 날에 집에만 있기보다 이렇게 뜻깊은 일을 하는 게 더 즐겁다”고 했다. 동료 기사들이 흐뭇해 하는 모습을 본 이기수씨도 환한 얼굴로 “앞으로 계속 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또 쉬는 기사들 모아서 모후원 김장도 도울 예정입니다. 그리고 원래 제가 13년 동안 거동이 힘든 남성 어르신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목욕 봉사를 해왔거든요. 최근 코로나19로 찾아뵙질 못해서 아쉬웠는데, 11월부턴 다시 목욕 봉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르신들 얼른 뵙고 싶네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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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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