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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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Pray for Itaewon(최영일, 빈첸시오,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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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이태원에서는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나간 인파가 너무 많아지자 안전사고가 일어났고,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적 참사로 이어졌다. 155명이 숨졌고, 부상자도 140여 명 나왔다. 대형참사가 아닐 수 없다.

사고 당일은 포근한 날씨에 좋은 가을날의 토요일이었다. 낮에 친척 결혼식이 있어 광화문으로 나갔다. 광장이 요즘 그렇듯이 낮부터 한쪽은 보수집회, 한쪽은 노동자집회가 있어 인파가 많고 확성기 소리가 시끄러웠다. 일부 도로가 통제되고, 차선이 바뀌고 했지만 많은 경찰이 펜스와 라인을 치고, 경찰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길은 밀렸지만 뜻밖에 질서정연하게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이루어졌다. 5분 늦게 호텔 결혼식장에 도착했는데 20층 높이에서 광화문과 서울광장을 내려다보고 묘한 감동이 있었다. 현장은 시끄럽고 열기로 가득했으나 높은 위에서 내려다보니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놀이, 휴식, 강연 등 나들이 나온 가족들에게 원형 잔디밭을 내어주고 있었고, 보수집회, 노동자집회의 구획도 질서 있게 자리 잡고 집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통행하는 시민들로서는 혼란스러운 면이 크지만 오래 저러다 보니 나름의 역할이 생기고, 자리를 잡기도 하는구나. 집회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의 존재가 컸다.

다만 현장에 내려가 주장들을 들으면 누군가에게는 수긍이 가는, 또 전혀 수긍이 가지 않는 거친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이고.

결혼식은 외사촌 누이의 아들이 신랑이었다. 아름다운 청춘남녀의 결합이 보기 좋았다. 신랑의 직업은 소방공무원이라고 했다. 오래간만에 외사촌 형님들을 만나 자제들의 결혼 여부 등을 나누며 우리 장가갈 때 이야기며 요즘 세대의 결혼 기피현상, 저출생을 걱정하며 아재들의 수다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날 밤 자정이 지나 이태원 속보가 전해지자 젊은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먼저 아이들의 소재와 안전을 파악하는데 분주했고, 연락이 닿고 확인된 이후에도 친척, 지인 자녀들의 안위를 확인하는 메시지를 새벽까지 주고받았다.

일요일 아침이 밝고, 온 나라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가을 끝자락에 축제를 즐기겠다고 다양한 차림으로 나간 누군가의 딸, 아들, 결국 우리의 청년들이 140명 넘게 인파에 압사해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 중에서도 이후 생명을 소생시키지 못해 사망으로 이어진 경우까지 155명. 이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155명의 생명이 소멸하고, 155개의 세계와 우주가 파괴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누구도 답하지 못하는 망연자실이었다.

사고가 난 골목, 해당 장소는 너무나 익숙한 곳이다. 외가댁이 이태원이어서 어릴 때 돌아다니기도 하고, 대학생이 되자 과 대 과 미팅이 열리고, 80년대 로큰롤에 춤을 추고, 나이 들어가면서도 재즈를 들으러 가고, 레트로 분위기의 LP 바를 찾아 좋아하고, 요즘엔 미술관이나 뮤지컬 공연장을 찾던 추억의 거리.

경사진 좁은 골목에서 수백 명이 엉켜 넘어지며 순식간에 질식, 심정지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이 사태에 대해서는 앞으로 납득할 수 있는 사고의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이 나와야만 한다.

지금은 수습과 애도의 시간이다. 애도.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 세월이 흘러야 벗어날 수 있는, 그 가족들은 그래도 벗어나기 힘든 깊은 슬픔의 시간. 우리는 기도하고, 손잡고,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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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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