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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예정된 길, 은혜의 길(김용배, 요한 사도, 가톨릭 스카우트 부연맹장·팬커뮤니케이션 글로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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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과 아름다운 음악, 신비로운 공간이 빚어내는 묘한 설렘, 기대에 찬 사람들의 표정과 상기된 목소리. 이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선보이고, 놀라운 경험을 전해주는 행사장의 모습입니다. 저에게는 일상보다 더 익숙한 광경들이죠. 저는 2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내외의 크고 작은 행사들을 주관하는 마케팅 회사의 대표로 살고 있습니다. 하나의 행사를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변수를 마주해야 했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노하우도 쌓였지만 피할 수 없는 난감한 순간들은 늘 존재했습니다. 이쯤 되면 지칠 법도 한데 왜 여전히 마케팅 회사의 대표로 살아가느냐고 묻는다면,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스무 살, 드디어 성인이 된 저는 ‘가톨릭 스카우트’ 활동에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가톨릭 스카우트는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가 함께 가톨릭 정신을 기반으로 스카우팅(스카우트 운동)을 하며 성당 내 혹은 야외에서 다채로운 활동들을 펼칩니다. 당시 스카우트 대장이었던 저는 스카우트의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캠프를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캠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캠프파이어 점화식’은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의미 있고 재미있는 점화식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릅니다. ‘그래! 이번 캠프의 주제는 ‘도전’이니까, 땅속에 사람이 숨어 있다가 점화하러 나오면 어떨까? 나무 위에서 사람이 내려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머릿속에만 있던 엉뚱한 생각이 철저한 준비 속에 실현되고, 열광하는 대원들을 볼 때의 희열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가슴 벅찼습니다. 저는 이미 그때부터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 알았던 것 같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행사를 주최하는 회사의 대표가 되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쁨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소명을 이루어가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서른 살 나이에 첫 회사를 차린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행사의 이변들을 이야기하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겁니다. 당장 행사 시작인데, 출연하기로 했던 모델이 펑크를 내서 길거리에서 섭외한 적도 있었고, 행사의 주인공인 자동차, 전자기기 등이 말썽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대표로서 짊어지고 가야 했던 부담감들이었고, 믿었던 이들과 관계에 금이 갈 때면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제가 선택했던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이 주신 소명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내는 것. 그것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힘이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된 저의 소명은 ‘예정된 길’이었고, ‘은혜의 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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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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