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10월 26일 서울대학교 토크 콘서트에 만난 두봉 주교와 학생들의 나이 차다. 강산이 7번이나 바뀔 그 오랜 세월을 사이에 둔 이들은 과연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을까. 아흔이 넘은 노 주교의 말이 주는 울림은 과연 20대 청년들에게 얼마나 와 닿을까. 객석에 앉아 왠지 떨리는 마음으로 두봉 주교를 기다렸다.
마침내 경북 의성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 가까이 달려온 두봉 주교가 무대에 섰다. 소년처럼 순수한 미소를 지은 주교에게 학생들이 보내온 140개가 넘는 고민거리가 쏟아졌다. 주제는 다양하고, 성역이 없었다. 인생을 사는 법과 자존감ㆍ행복ㆍ인간관계부터 성경과 교리 심지어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물음도 나왔다. 여태껏 성직자, 특히 주교가 이런 솔직한 질문을 받은 적을 보지 못했기에 자연스레 귀를 기울였다. 어떤 질문에도 두봉 주교는 당황하지 않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아흔 평생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은 짧지만 명쾌했다. 마치 선문답을 보는 것처럼.
‘행복해지고 싶으면 남에게 행복을 주면 된다.’ ‘앞날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 ‘종교를 믿는 건 개인의 자유다. 다만 양심을 강조하는 종교를 택해라.’ ‘신앙과 교리에 당연히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렇다면 더 배우고, 물어보고, 스스로 확신하는 과정을 밟아라.’ ‘미움 자체는 죄가 아니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라면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라도 사랑해야 한다’ ‘죄는 용서받을 수 있다. 두려워 말고 고해성사를 봐라. ‘
주교와의 대화가 무르익어 갈수록 박수와 웃음소리가 커졌다. 그의 매력에 흠뻑 빠진 분위기가 확연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두봉 주교를 닮은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날 청중들은 모두 마음 한편에 이 한마디를 품고 집으로 돌아갔으리라. “기쁘고 떳떳하게 삽시다. 그럼 행복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