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 출판기념회 열어 초기 교회사 연구의 의미 강조
▲ 역주 「눌암기략」「송담유록」 출판기념회 참서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이재기(1758~1818)가 쓴 「눌암기략」과 강세정(1743~1818)의
「송담유록」은 남인 내부 시선에서 서학이 학문에서 신앙의 영역으로 넘어온 당시
격동의 현장을 기록한 책이다. 「눌암기략」은 채제공의 실각ㆍ복권 과정에서 서학을
두고 벌어진 남인 내부 정쟁과 대립을 양비론적 시각의 일기 형식으로 치밀하게 고발한
기록이다. 서학 문제를 신앙과 신념 차원에 국한하지 않고 정치적 맥락에서 살핀
점에서 의미가 깊다. 「송담유록」은 성호 이익의 서학에 대한 논의부터 서학의 발생과
성장배경, 서학을 둘러싼 남인의 내부(공서파ㆍ신서파) 갈등 등 초기 교회사의 큰
흐름에 대한 풍부하고 통시적인 전망을 제공한다. 또한, 천주교 집회 광경과 신자들의
소지품, 교회 지도자에 대한 새로운 사실도 담고 있다.
두 책 모두 번역한 정민(베르나르도,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기념회에서 “그간 학계에서 주목받지 못한 이 책들을 통해 초기 교회사 연구에
중요한 증언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그간 불분명했거나
잘못 알려진 내용을 알고, 초기 교회의 조직과 운영에 대한 한층 구체적인 정보를
얻었다”며 “실로 교회사 연구에 간과치 못할 소중한 증언 기록”이라고 평했다.
한편, 서울 순교자현양위원장 손희송 주교는 “두
책은 서학을 반대하는 이들이 작성한 기록”이라며 “순교자들의 굳건한 신앙과 성덕을
기리고자 하는 한국 천주교회 입장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내용의 책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반대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진정한 성장이 가능하다”며
“이번 책 발간이 성실한 연구와 검토를 이끌어 우리 신앙을 더욱 든든하게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역주 「눌암기략」ㆍ「송담유록」은 각각 서울 순교자현양위가
발간한 11ㆍ12번째 「한국 순교자 연구 총서」다. 앞서 서울 순교자현양위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순교 150주년 기념사업으로 1996년부터 한국 순교자 관련 기록을 정리하는
「한국 순교자 연구 총서」 간행 사업을 진행해 왔다. 현재까지 12권의 책과 논문집
3권이 발간됐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