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대남 무력시위와 도발이 잇달았다. 지난 2일에는 북한이 쏜 미사일이 북방한계선(NLL) 이남 26㎞ 해상에 떨어지는 전례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속초에서 동쪽으로 불과 57㎞ 떨어진 곳이다.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도 높아지고 있다.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1일 자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이 겁도 없이 우리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은 부과된 자기의 전략적 사명을 지체없이 실행할 것이며, 미국과 남조선은 가공할 사건에 직면하고 사상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지난 9월 핵 무력을 법제화했고,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 아래 ‘전술핵운용부대들’의 훈련을 진행한 바도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북한군의 “핵 공격능력을 알리는 분명한 경고, 명백한 과시”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전술핵무기 개발과 실전 배치를 실제로 완료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북한이 그러한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핵무장은 실제 사용을 전제한 위협이며, 실제 사용에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미국이나 한국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의 철수와 같은 중요한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카드로 쓰일 수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더욱 가시화되면서 우리도 자체적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핵 개발은 곧 핵 비확산체제의 위반을 의미하므로 미국의 반대는 물론 국제적 제재에 직면하게 되고, 이 경우 수출 비중이 매우 높은 한국 경제는 큰 곤란에 봉착할 수 있다. 자체 핵 개발이 어렵다면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한반도에 들여다 놓아야 한다거나 미국의 핵무기를 우리 전폭기에 탑재해 공격할 수 있는 ‘핵 공유’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에 대해서도 정작 미국 정부는 부정적이다. 대신 미국은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 공약이 확고함을 강조한다.
사실 미국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등의 주장에는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약속에 대한 불신이 깔렸다. 북한이 미국을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게 된다면, 북한이 우리를 전술핵으로 공격하더라도 과연 미국이 확장억제 공약대로 북한을 핵으로 보복 공격을 하겠느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이때 동맹의 신뢰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취약한 것으로 인식된다.
지난 3일 개최된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양국 국방 당국은 증대된 북핵 위협에의 대응 방안에 합의를 이루었다.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능력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 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여 미국은 한국과의 조율 하에 전략자산을 적시에 한반도로 전개할 것이며, 한미 양국은 “정보공유, 협의 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하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경고도 있었다.
이로써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온 자체 핵무장 등의 주장은 다소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의심이 생기면 언제든 다시 점화될 수 있으니 미국은 이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우리가 자체 핵 개발 등에 집착하면 이는 동맹 신뢰를 해칠 수 있다. 북한 핵 위협 대응 방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안보논의가 이런 점을 잘 인식해서 분별 있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