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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사회적 죽음을 묵상하며 / 김민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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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리 사회에서는 안타까운 죽음들이 있었다. 지난 9월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역무원 스토킹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집요한 괴롭힘 끝에 치밀한 보복살인을 감행하였다. 피해자 조치 미흡, 경찰의 안일한 대응,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과 국가의 유명무실한 스토킹 처벌법이 피해자를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던, 개인적인 죽음이 아닌 구조적인 청년여성 노동자의 죽음이었다.

신당역 살해사건이 한 달 지난 10월, 제빵회사 공장에서 빵을 만들던 청년 여성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고강도 노동 속에 기계에 몸이 끼여서 숨졌다. 우발적 사고가 아닌 예견된 구조적 사고였다. 그런데도 회사 측은 그가 숨진 다음날에도 공장 일부를 가동했고, 바로 옆에서 동료들을 다시 일하게 했다. 이렇게 파렴치한 회사가 만든 ‘피 묻은 빵’을 사지 않겠다며 시민들은 불매운동을 전개하였다.

같은 10월 말엔 이태원 참사로 순식간에 수많은 아름다운 젊은이들을 잃었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재개된 핼러윈 데이를 즐기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젊은이들에게 예기치 못한 불행이었다. 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정했고, 여러 곳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였다. 그런데 정부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사고 사망자’로 표기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배경에는 당시 현장에 있던 개인의 행위를 문제 삼아 참사의 책임자로 희생양을 만들고, 일선 경찰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가 있었다.

위에 열거된 죽음들은 엄밀히 말해서 ‘사회적 죽음’이다. 자본과 권력은 개인적 차원의 죽음으로 몰아가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기 위해 사건은 사고로 축소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고는 교통사고처럼 뜻밖에 일어난 개인적인 불행에 국한되지만, 사건은 참사와 같은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해서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만한 뜻밖의 일이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은 사건을 사고로 축소시키고 망각하게 만들려고 강요하게 된다. 참사나 희생자라는 개념이 사용될 때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들은 사회적이고 공동체적 차원을 지닌다.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때 우리 모두는 그 사고에 연루된 공통의 운명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어 나와 무관하던 사람들의 죽음을 나와 관계있는 사람들의 죽음으로 인식하게 된다. 추모 장소에 붙여진 수많은 포스트잇 내용들을 보라!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너의 죽음’을 기억할 때 우리 역시 죽음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고, 이러한 경험의 공유를 통해 ‘애도의 공동체’가 되어 새로운 사회, 새로운 정치 공동체를 지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고통의 현장에서 희생자와 맺는 관계에 따라 우리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방관자가 될 수도 있고 구원자가 될 수도 있다.” 루카복음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 이야기’(10,29-37)에서 보면, 강도는 ‘가해자’로, 사제와 레위인은 ‘방관자’로, 사마리아인은 ‘구원자’로 나타난다. 이 비유 이야기에서 누가 죽어가는 이의 이웃이 되어주었는가? 그렇다면 누가 사회적 죽음을 당한 희생자들의 이웃이 되어 함께 마음 아파하고 고통을 나누고 있는가?

하여 우리는 슬픔의 연대를 통해 ‘애도의 공동체’를 이루어 희생자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남은 자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통해 서로 의존하고 책임을 이어주는 보다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대안을 실천해야 한다. 또한 진상이 철저히 규명이 되고 그에 따른 엄중한 책임, 그리고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 이상 억울한 사회적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깨어있는 연대의식이 필요할 것이다.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 (서울 상봉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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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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