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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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이태원 참사와 교회의 역할(오창익, 루카,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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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서 많은 젊은이가 한꺼번에 죽어갔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경찰 기동대나 용산구청 안전요원 몇십 명만 배치해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기에 그렇다. 수백 명의 사상자가 생겼지만, 책임 있는 사람들은 발뺌만 하며 이태원 파출소와 용산소방서 같은 일선만 닦달하며 몰아세우고 있다. 국가 운영을 자임하는 책임자들의 무능과 무책임이 국가 기능을 정지시켜버렸다. 국가 부재의 대가는 158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가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다. 참사 당시만이 아니라 국가 부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추모와 기억에서마저 국가의 존재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행정안전부는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서인데도, 장관부터 나서 정치적 파장만을 염려했다. 참사는 사고로, 희생자는 사망자로 둔갑시켰고, 근조라는 글자는 보이지 않게 검은색 리본을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국가 애도 기간을 정하고, 곳곳에 추모 분향소를 설치했지만, 희생자의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는 관제 추모 공간을 찾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대통령만이 매일처럼 찾았을 뿐이다.

시민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시민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의 현장,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압사로 죽어간 곳을 주목했다. 참사 현장은 금세 추모와 기억의 공간으로 변했다. 시민들은 꽃 한 송이를 들고 현장을 찾았고, 애통한 마음을 담은 쪽지를 남겼다. 시민들이 만든 추모의 공간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말은 “미안합니다”였다. 대통령,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 등 누구도 여태껏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유감이란 말을 반복했다. 사과는 희생자와 시민 등 상대를 염두에 둔 말이지만, 유감은 고작해야 자기 마음 상태가 편치 않다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꿈쩍도 않는데 시민들은 희생자들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참사는 이태원에 있던 사람들을 삶과 죽음, 둘로 갈랐다. 꼭 이태원이 아니라도 우리는 언제든 희생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로 북적이는 떠들썩한 곳을 다닌다. 출퇴근 시간대의 지하철은 곧잘 지옥철이 되기도 한다. 인파에 밀려 이리저리 떠밀리는 일은 대부분 시민에겐 고통의 체험이다. 그런 체험이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자책감으로 이어지는 거다. 그게 아니라도 그날 그 현장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자기 가슴이 뭔가에 꽉 눌리는 것 같은 심정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남의 아픔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바로 선의의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참사가 생기면 신경을 곤두세우며 악담을 내뱉는 사람들도 있다. 놀러 갔다가 죽었는데 무슨 국가 애도냐는 망언들은 참사가 미칠 정치적 영향을 셈하고 유불리를 따지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수법이다. 어떤 사람들은 짐짓 점잖게 국론분열이나 사회적 갈등을 걱정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전체주의적 시각이다.

처참한 아픔에 대해서도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경중을 구분하지 못하는 좁은 안목에서 비롯한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이태원역 앞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떤 신부는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절규했다. 그렇다. 적당히 균형 잡힌 곳에는 교회의 자리가 없다. 교회는 희생자의 편, 유족의 편에 서야 한다. 책임을 애써 피하는 쪽이 아니라, 단호한 어조로 책임을 묻는 쪽에 서야 한다. 희생자와 가족을 위한 기도와 함께, 생명을 해치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금 여기 우리 교회에 주어진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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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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